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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당신이 낯설게 느껴질 때

by 유이언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고 친구여도 부지불식간에 생판 모르는 남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처음 만난 사람처럼 너무 어색해서 말을 걸 때 용기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갑작스러운 낯선 느낌에 더는 먼저 연락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 낯선 느낌의 원인을 나는 모르겠다. 일생동안 내가 가깝다고 생각하는 극소수의 사람들 또한 어느새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들과 같이 보낸 세월이 얼마이건, 함께 나눠온 추억이 얼마이건 상관없다. 그들이 내게 명백하게 잘못한 것이 없을 때도 그럴 때가 있다. 그냥, 갑자기 그 사람이 낯설어질 때가 있다.


조수석에서 창문을 내리고 날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에 미간이 찌푸려져 있었을 때. 거의 반년만에 아들을 보는 엄마의 얼굴에는 어떤 화색도 없었다. 순간 차에 타려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내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엄마는 오랜만에 보는 아들이 반갑지 않을 리 없었을 것이다. 엄마는 그저 삶이 힘들어 그 사이 인상이 변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찌푸린 인상으로 '왔니?'라며 인사를 건네는 엄마에게 느낀 낯선 감정은 지워낼 수가 없었다. 이내 나는 서글퍼졌다.


매일 일상을 공유하던 가장 친한 친구가 내게 연락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 때, 나의 생각도 길어진다. 이 친구가 홀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일까, 너무 바쁜 것일까, 내가 뭔가 잘못을 한 것일까. 오만가지 생각에 부유하다 끝내 용기를 내어 친구에게 연락을 한다. 그러나 더는 예전과 같은 빈도로 연락이 이어지지 않을 때 어쩐지 나는 홀로 남겨진 사람이 된 것 같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서 서로 신뢰가 두터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진심은 절대 나의 상상처럼 변하지 않았을 것임을 알면서도 '낯설다'는 느낌이 나의 의식을 지배하는 순간 '나의 사람'은 어느 순간 '이방인'으로 변해있다.


이사를 오게 되면서 집에 처음으로 반려식물로 몬스테라를 들였다. 독립을 하고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은 처음인데 왜 반려식물이라는 표현이 생겼는지 이해가 갈 만큼 큰 애정이 생긴다. 매일 볕을 쬐어주고, 분무기로 이파리를 적셔주고, 바람을 쐬어주며 정성을 다한다.


그러다 문득 나 자신도 이 연약한 화초 한 떨기처럼 느껴졌다. 잠시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이내 시들어 말라 버리는 식물처럼, 나는 나의 좁고 깊은 인간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관심과 친밀함을 갈구하는 존재인 것 같다.


유치하기 짝이 없다. 때로는 혼자 상상의 드라마를 쓰고 청승을 떠는 내가 한심하다. 그러나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느닷없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나는 여전히 텅 빈 세상 귀퉁이에 웅크려 앉아 있는 아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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