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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다영 Nov 19. 2021

아무튼, 비건

언젠가 반드시

혼자 산책을 할 때나 출퇴근길에 주로 e-book을 오디오로 듣는다.

요즘은 <아무튼, 비건>이라는 김한민 님의 에세이를 듣고 있다. 봄 즈음에 읽었던 책인데 만료일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쉬운 마음에 다시 듣고 있다.


<아무튼, 비건>은 위고, 제철소, 코난 북스, 세 출판사가 함께 펴내는 ‘아무튼’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이다. 지금까지는 <아무튼, 비건>을 비롯해 요조 님의 <아무튼, 떡볶이>, 장성민 님의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정혜윤 님의 <아무튼, 메모>를 읽었는데 그중 <아무튼, 비건>이 가장 흥미로웠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아무튼, 비건>은 채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올해 초에 우연히 넷플릭스의 다큐 ‘What the health (부제: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를 보고 채식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큐는 현대인이 겪고 있는 많은 질병이 과도한 육류 섭취와 관련이 있고, 우리가 건강식이라고 믿고 있는 식품들이 실은 거대한 자본에 의한 가짜 정보라는 사실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몸은 애초에 채식에 맞게 설계되어 있고, 채식을 하는 편이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우리는 축산업계와 낙농업계로부터, 또 그들의 자본이 필요한 언론과 각종 단체들로부터 속고 있었다.


다큐를 처음 봤을 때는 정말이지 충격이었다. 그동안 나는 적당한 육류, 신선한 달걀과 우유를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왔다. 하물며 내 키가 자라지 않은 건 어렸을 때 우유를 싫어한 탓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거짓말이라니.


다큐를 본 직후에는 당장이라도 채식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오랜 식습관은 감정적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초밥과 생선구이, 삼겹살과 만두와 피자와 파스타와...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물론, 별 의식 없이 먹었던 모든 끼니에 육류나 생선, 유제품이 포함되어 있다. 이 엄청난 식생활을 고치기 위해서 나는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다큐를 보자마자 이제 채식할래! 했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고 나는 여전히 전과 같은 음식들을 먹으며 살고 있다. 올해 안에 천천히 채식 위주로 바꾸자 다짐했었는데, 그마저도 시들해진 채로 벌써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부끄럽지만 가끔 한 끼 정도 샐러드로 대체하는 것 외에 딱히 노력한 일이 없다.

 

오늘은 아침 출근길에 <아무튼, 비건>을 듣다가 울 뻔했는데, 인간이 우유를 얻기 위해서 젖소에게 행하는 일이 너무나 끔찍했기 때문이다. 젖소는 인간에 의해 처참하게 결박되어 강간당하고 새끼를 빼앗기고, 젖을 빼앗긴다.

왜 그렇게까지 하게 되었을까. 아주 옛날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까지 해서 우리는 우유를 먹어야만 할까. 그렇게 잔인하게 얻은 우유가 과연 건강에 도움이 될까. 너무 무섭고 슬픈 일이다.


일단은 나부터 우유라도 먹지 말기로 한다.

채식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점점 커지기를 바란다.  마음이 의지가 되고, 행동이 되기를, 그렇게 언젠가 반드시 비건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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