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운 세상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잘 먹고 한결같이 통통하다. 볼살이 토실토실해서 밥 먹다가 내 볼살도 자주 씹어 먹는다. 예전엔 달덩이 같은 얼굴이 싫어 살 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헬스, 요가, 필라테스, 암벽등반, 수영, 스피닝, 스윙댄스, 살사댄스, 줄넘기, 달리기... 안 해본 운동이 없고, 이소라 언니부터 빌리 오빠까지 안 해본 홈트(홈트레이닝, 집에서 하는 운동)가 없다. (물론 빌리 부트캠프는 뒤에서 쉼 없이 발차기를 하시는 서양 할머니께 경의를 표하며 20분도 안되어 꺼버렸지만)
내 인생 딱 한 번쯤은 말라보자는 꿈은 나의 이십 대와 함께 사라졌다. 삼십 대가 된 후로는 다른 것은 안 바라고 그저 건강하게만 컸으면 좋겠다는 갓난아이를 안은 부모의 마음처럼 나 자신이 그저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앉아 있어도 다리가 저렸고, 손가락 끝에는 '한포진'이라는 습진이 생겨 오른손 손가락에 수포가 올라오고 피부가 벗겨졌다. 어떨 땐 손가락이 너무 가려워 자다가 깨기도 했다.
당시에 나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와그작와그작 씹을 수 있는 과자와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을 폭식했다. 홈트는커녕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주말이면 '아몰랑 모드'(아 모르겠다. 될 데로 되라지 모드)에 빠져 아무거나 폭식하며 (주로 핏쨔~)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영화나 드라마를 정주행 하며 보내는 날이 잦았다. 몸상태는 날로 안 좋아졌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며 이런저런 유명한 자기 계발서를 뒤지며 해결책을 찾았다. 되고 싶은 모습을 문장으로 써서 열 번씩 외치기도 하고(보는 사람도 없는데 쑥스러웠다) 새벽 이일찍 일어나 미라클 모닝을 꿈꾸며 운동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오래가지 못했다. 다시 누워서 무언가를 먹으며 자기 계발서만 읽고 있었다. 책을 읽을 땐 무언가 해결될 것 같아 마음이 부풀었다가 이내 변하지 않고 날로 안 좋아지는 몸상태에 마음이 더 쪼그라들었다. 스트레스는 폭식으로 이어졌다. 악순환이었다. 내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 채 좋다는 약만 갖다 바르고 있었으니 낫지 않는 것이 당연했는데 당시에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매일 운동을 하고 폭식을 하지도 않는다. 볼살은 여전히 빵빵하지만 손가락에 습진은 사라졌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꾸준히 운동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권장할 만큼 생각보다 더 괜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별로 궁금하진 않겠지만 나에 대한 소개를 잠깐 하자면, 나는 지나가다 장미꽃을 보면 사진도 찍고, 향을 맡으며 '너무 탐스럽고 예쁜 데다가 향기까지 너무 달콤하다! 집에 장미꽃을 좀 사다 꽂아둘까? 아니야, 꺾인 꽃은 너무 불쌍해. 그러면 집에 가서 한 송이 그려볼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진짜다)
타고나길 이렇게 타고난 것 같은데,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음지와 양지의 장미꽃의 기분이 달라 보여 향을 맡아보니 정말 향도 달라서 (정말 다르다!) 이걸로 과학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심지어 상도 탔다!) 이렇게 식물의 기분? 마저도 느끼는 감수성이 풍부한 인간이라는 기본값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지금은 이런 나를 받아들이고 심지어 약간 귀여워하지만, 오랫동안 이런 내가 '어딘가 잘못되었다' 고 생각했다. '난 왜 이렇게 매사에 생각이 많지, 좀 심플하게 생각하면 좋을 텐데!'라고 바라는 날이 많았다.
만약 지금, 나도 그런데... 하며 공감했다면, 부디 이런 자신을 너무 피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감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약간 힘은 든다. 키우기 까다로운 식물을 키우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분명 재미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금발로 태어난 사람, 흑인으로 태어난 사람처럼 그냥 이렇게 태어난 것이다. 아무리 씻어도 피부색은 그대로이듯 천성을 바꾸려고 해 봤자 그대로이다. 그 시간에 잠이나 한 시간 더 자는 것이 낫다.
기분이 널을 뛰고 하던 일을 다 멈추고 갑자기 훌쩍 떠나고 싶은 자신이 이상하겠지만,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을 내려놓길 바란다. 자신이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 특성을 잘 이해하면 우리는 누구보다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니 걱정 말아라. 술이나 음식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예민하다. 눈썰미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무언가 바뀌었을 때 그 변화를 잘 알아채고, 날씨나 타인의 감정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외부 자극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세세하게 느끼는 것이다. 즉, 우리는 세상을 더 풍부하게 즐긴다. 남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밖에 나갔다 오면 진이 다 빠진 것 같은 느낌, 느껴보았을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관리를 하지 않으면 체력은 자연히 떨어지니 같은 일을 해도 에너지를 더 많이 쓰는 우리들은 점점 지칠 수밖에 없고, 당시 나는 음식을 끊임없이 넣어주는 방법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이 방법은 반짝하고 힘을 주지만, 음식을 계속 소화시키느라 몸은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니 결국엔 더 지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뜩이나 지쳐있는데 일찍 일어나고 목표를 외치며 스스로를 더 괴롭혔던 것이다. (그 시간에 잠을 더 자는 게 낫다고 했던가? )
우리는 같은 것을 보아도 세상을 더 풍요롭게 느낄 수 있는 축복을 받았지만, 같은 하루를 보내더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연비가 좀 떨어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제 꼭 잊지 말길 바란다. (그래도 알라딘의 양탄자에 탄 쟈스민 공주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너무 슬퍼는 말자 어 홀 뉴 워얼ㄷ~~)
연비가 떨어지는 우리는 최대한 이 자동차가 즐겁게 여행할 수 있도록 중간중간 잘 쉬어주어야 하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연비 자체를 조금씩이라도 올려줘야 한다.
그러니 우리의 목적은 '날씬한 몸만들기'가 아니다. 어쩌면 이런 목적은 지금은 너무 사치라고 생각한다. 살고 봐야지 왠 날씬한 몸? 그리고 일반인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영양을 골고루 잘 챙기면서 적절한 운동을 하며 체중감량을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욕심이 생기니까 무리한 운동을 하고 식단을 제한하기 쉽다. 이렇게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몸 상태가 안 좋아지고, 가뜩이나 예민한데 더 예민해지면서 삶의 질이 바닥을 찍을 것이다.
무리한 다이어트의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폭식이나 무기력증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 같은 감성주의자들은 "오로지 자신의 몸 컨디션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유리구슬 같은 나님..)
좋은 소식은 우리의 이 예민하고 기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향을 이용해서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을 했을 때 '기분 좋은 느낌'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운동을 고르면 된다. 그 긍정적인 느낌이 우리가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엔 일단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운동을 하면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아 운동에만 집중할 수 없어서 혼자 운동하기로 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다른 사람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피로감을 과하게 느끼지 않도록 이 부분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우린 일단 밖에 나가면 온갖 자극이 들어오므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직장생활로 학교생활로 피곤한 와중에 운동하러 나가는 것은 사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정말 씻고 옷 입고 나가서 운동까지 가려는 운동에 대한 열정? 도 에너지도 없었기 때문에 집에서 운동을 하기로 결정하고, 다양한 홈트레이닝 영상을 여러 개 따라 해 보았다.
그중에서 강사님의 목소리나 영상의 배경음악 등을 고려하며 편안한 느낌이 드는 운동을 골랐고, 어떤 운동이든 하기 싫으면 곧바로 하지 않았다. 운동의 부정적인 느낌을 남기기 싫었다. (완벽주의자들은 30분 이상은 운동해야 한다 어쩐다 하겠지만, 5분을 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은 서리요가라는 유튜브 채널에 정착해 운동하고 있다. 예전에 요가원에 다닌 적이 있어서 (그땐 살 빼려고) 요가 동작을 따라 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요가를 택했지만, 만약 요가를 홈트로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반드시 부상에 주의해야 한다. (힘들면 멈추기!)
나는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편이라 천천히 몸을 늘리고 스트레칭했을 때 느끼는 시원함이 좋아서 요가 운동이 가장 좋다. 사람마다 가장 만족스러운 운동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현재 자신의 몸 상태를 잘 느껴보면서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는 것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운동을 했을 때 기분 좋은 감정(시원함이든 뿌듯함이든)이 가장 큰 운동을 하면, 우리 감성주의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즐거운 감정을 다른 사람보다 크게 느끼며 즐겁게 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운동을 한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보이고 싶긴 하다) 내 몸과 마음이 즐거우니까! 언제나 나를 괴롭혔던 어깨 통증이나 다리 저림이 사라졌고, 몸이 정말 가벼워졌다. 스트레칭 수준의 요가를 이삼십 분 정도 매일 했을 뿐인데 체력도 확실히 좋아져서 요즘은 근력운동도 10분 더 추가해서 하고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엔 산책도 예전보다 자주 나가고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운동 후에 씻고 쉬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운동에 정말 '맛'이 들렸다.
다른 생각을 잠시 다 내려놓고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하면서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운동을 찾아보자. 그리고 그 운동을 눈 뜨자마자 "딱 하고 싶은 만큼만" 해보길 추천한다. 5분도 괜찮고 10분도 좋다.
거창할 것이 없다. 평소 어깨가 뻐근하다면 어깨를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찾아 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운동이 주는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 우리들은 운동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연비가 서서히 올라가면 '삶의 질'까지 전체적으로 확 올라갈 것이다. (어 홀 뉴워어얼드~~)
하루 딱 십 분만, 할 수 있는 만큼
야, 너두, 할 수.. 아아니
여러분?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