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익삐익 (2023)

by 김민주

삐익삐익 (2023)


보은의 작은 시골 동네. 거기가 우리 엄마, 아빠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었다. 개울을 하나 끼고 윗쪽에 아빠의 집이 있었고 아랫쪽의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엄마의 집이 있었다. 명절이나, 제사를 지내는 날이나, 가족행사가 있는 날이면 그 작은 동네에 줄줄이 차가 들어왔다. 나도 아빠차를 따라 타고 붕붕, 시골에 가곤 했다.

언젯적인지, 어린 나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다 얇고 긴 풀을 한 잎 따다가 풀피리 부는 법을 알려주었다. 아빠의 손 사이에 낀 풀에서 삐익 삐익 소리가 나는 걸 재밌다며 쳐다보다 나도 풀을 하나 따다 작은 손가락 사이에 끼고 같이 삐익 삐익 풀피리를 불었던 날. 이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 시절. 나는 그 어린 시절이 지나, 그 때의 나와 비슷한 나이가 된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산책을 했었다. 개울을 따라 어쩌다 겨우 차 한대가 지나가는 그 길을 걸었다. 작고 하얀 막내동생의 손을 잡고 걷다가 풀 한 개를 따서 쥐고 동생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동생이 작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응수야, 봐봐. 삐익 삐익 소리가 나는 걸 보고는 동생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막내의 손 사이에 내가 가지고 있던 풀을 자리 잡아 끼워줬다. 몇 번인가의 시도 끝에 아기의 손가락 사이에서 삐익 삐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친가에 사촌오빠가 한명, 그 아래에 나, 그리고 그 아래로 동생들이 줄줄이 태어났다. 외가에서도 첫째였던 나는 어느 집에 가든 동생들을 끌고 다녔다. 차례준비를 하느라 바쁜 어른들 대신에 나는 애기들을 끌어안고 개울물 구경을 하고, 경로당 앞의 넓은 공터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가위바위보 따위를 하면서 보냈던 그 어느 날들.

추석을 맞아 문득 생각나는 그 때가 있어 끄적끄적 글을 써본다. 어린 동생들이 잘 자랐으려나.

매거진의 이전글내 행복은 구름 너머의 무지개를 따라갔다.(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