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이 발발했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개구쟁이인 둘이 싸움이 났다. 등원하는 길에 조그만 장난감 하나 가지고 서로 갖고 놀겠다고 티격태격이다. 두고 나오래도 굳이 갖고 나와서 싸우는지 모르겠다. 결국 형아의 독차지에 작은애가 화가 났다.
"형아는 개구쟁이야!"
"머라고?"
"개구쟁이!"
"네가 더 개구쟁이거든!"
"아니야! 형이 더 개구쟁이야!"
'둘 다 똑같이 개구쟁이야.'
끝날 것 같지 않은 싸움에 실소가 나왔다. 내 눈엔 둘 다 개구쟁이인데 뭐가 그리 분한 지 목청 높여 개구쟁이를 외치고 있다. 작은애가 아는 말 중에 가장 심한 말인가 보다. 어디서 그런 건 배워가지고 그런 욕(?)을 하는지 모르겠다.
화가 났을 때 상대방이 들으면 기분 나쁠 것 같은 말을 하는 건 본능인가? 나는 욕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다. 말수가 별로 없다 보니 욕도 잘하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도 애들이 욕하는 게 별로 이해가 안 갔다. 왜 그런 말을 하지? 그냥 이유를 말하면 되지 않나. 지금에서야 가슴속 깊은 울화에 욕이 저절로 나오는구나를 배웠다. 감정 기복이 별로 없던 터라 뒤늦게 느낀 것 같다. 친한 친구사이에 편하게 부르는 호칭이 연놈들인걸 보면서도 그렇게 불러야 친한 걸까? '싫지만 그래도 친구야' 이쯤인가? 아주 친한 사이에 허물없이 부르는 호칭이 욕인 이유도 궁금했었다. 어떤 욕은 들으면 기분이 좋고 어떤 욕은 들으면 화가 나고 그 차이는 전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연유로 지금 개구쟁이란 말은 심한 욕이 되었다. 난 애들에게 웃으면서 개구쟁이라고 한 기억밖에 없는데 그 말이 싫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둘은 화해를 하고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다. 더 크면 점점 더 심한 욕으로 바뀔 텐데 그 말을 서로 하고 들으며 감당하고 이겨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금방 서로 화해하고 웃고 떠들고. 그렇게 언성 높여가며 개구쟁이를 외쳐 대더니 금세 신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역시 개구쟁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