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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님 랩소디 (5) 소금은 짜지 않다

by 이상균
jason-tuinstra-4OfaTz6SdYs-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Jason Tuinstra



어떤 사정으로 제주 여행과 원주 여행이 연속으로 둘 다 취소가 됐다. 아쉬워하는 마나님을 위로하려 주말에 산정호수에 왔다.


숙소에서 아침으로 황태국밥 컵밥 하나를 나누어 먹으며, 나는 내 몫으로 떠온 국밥에 소금을 몇 톨 더 넣었다. 어김 없이 마나님은 짜게 먹지 말라고 핀잔이시다. 국밥을 한 입 떠먹고 내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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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실 소금은 짜지 않다는 거 알아?


마나님: 무슨 말이야? 그게.




과학을 읽다 보면 이게 어떻게 우연일 수 있을까? 이렇게까지 기적이 겹칠 수 있을까? 싶은 장면을 자주 만난다. 생명체의 관점에서 보면 대표적인 기적 중 하나가 물의 존재다.


물 분자는 잘 알다시피 산소 원자 하나가 수소 분자 두개와 결합된 상태로 되어 있다. 물 분자는 전체적으로는 중성이지만 산소 원자가 전자를 끌어 당기는 힘이 더 강해서 음전하(전자)의 위치는 산소 쪽으로 조금 치우쳐 있다. 그래서 물 분자의 산소 원자는 음전하를 띠고, 수소 원자들은 양전하를 띤다.


이 미세한 불균형, 이 정말 작은 차이가 없었다면 놀랍게도 지구에 생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차이 때문에 음전하를 띤 산소 원자는 주변의 양전하를 무조건 끌어 당기고, 양전하를 띤 수소 원자는 주변의 음전하를 무조건 끌어당긴다.


이것이 바로 용해다. 물에 무언가가 녹는 행위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에 공급되는 영양분은 물에 녹은 상태로 운반된다. 즉 물이 뭔가를 녹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우리는 생명으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소금을 예로 들어보자. 소금(NaCl)은 혀에 닿아 침(물)과 만나자 마자 나트륨이온(Na+)와 염화이온(Cl-)로 분해된다. 나트륨이온과 염화이온으로 분해된 결과물을 우리는 '소금물'이라고 한다.


한편, 사람의 혀에는 미각세포와 지지세포로 구성된 1만개의 미뢰가 있는데, 이 미뢰는 나트륨이온(Na+)이 닿았을 때 특별한 전기 신호를 뇌에 보낸다. 비로소 뇌는 느낀다. 아, 짜구나. 짜다는 것은 실은 전기 신호다. 조금 더 얘기하면, 실은 이 짜다는 전기 신호는 실은 "나트륨이온과 같은 전하량을 가진 양전하 원자가 혀에 닿았다”는 신호다. 나트륨이온과 전하량이 같은 리튬이온이나 칼륨이온이 혀에 닿아도 우리는 짜다고 느낀다.




마나님: 그러니까 짠 것은 용해된 나트륨이온이고, 소금 그 자체는 아니다?


나: 그런셈이지.


마나님: 별 수를 다 쓰네. 좋아. 앞으로는 소금은 먹어도 되는데, 나트륨이온은 안돼.


나: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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