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만춘 Jan 09. 2022

밥상을 샀다

좌식밥상을 하나 샀다. 비록 2만 원대의 물건이긴 하지만, ‘이게 정말 필요한 물건이 맞나?’하는 생각 때문에 구입을 망설였다. 막상 사고 보니 사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상에서 아이와 보드 게임을 하고, 귤과 강냉이와 커피를 올려놓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받침대 역할을 한다.


나이 들어 보일지 모르나, 겨울이 좋은 이유는 따뜻한 바닥에 몸을 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추운 날씨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바닥에 몸을 누이면

“아, 좋다!”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등으로 퍼지는 따뜻함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 어떤 행복이 부럽지 않다.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겨울이 좋다. 고급스러운 저택의 대리석 바닥이 부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대리석 바닥도 겨울에는 따뜻하게 불이 들어온다고 하던데 일단 보기에 차가운 느낌이라 바닥에 앉거나 눕기에 부담스럽다.)


앉아서 놀거나 글을 쓰다가 그마저도 귀찮으면 아예 드러눕곤 한다. 이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다.

“나는 앉을 수 있으면 절대 서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울 수 있으면 절대 앉아 있지 않습니다.”  - 헨리 포드

참 훌륭한 사고방식이다! 누울 수 있는데 굳이 계속 앉아 있을 필요가 없질 않나?게을러 보인다고? 에너지 절약중이다.  뒹굴뒹굴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있는 시간이 호사다.


원목 식탁이나 가죽 소파보다, 보일러 따뜻하게 들어오는 방바닥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좌식밥상에 팔을 기대 글을 쓰는 시간이 좋다. ‘밥상’으로 팔리는 물건이지만 나에겐 책상, 찻상, 놀이 공간이다. 이 겨울, 나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물건이 될 것 같다.


얼핏 보면 원목 탁자 같아 보이는 좌식밥상과 내 글쓰기 도구이자 아이의 게임기로 열일하는 7년된 아이패드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