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좋은 거지.”
라고 말하는 사람을 가끔 본다. 그런 사람들이 주로 이어서 하는 말은
“이해하고 그냥 넘어가면 안 돼?”
내지는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이다.
그냥 넘어가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이해심이나 포용력이 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별일도 아닌 일’을 가지고 공연히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 된다. 공동체의 평화를 깨는 돌출 행동을 하는 것 같은 취급을 받는다.
문제는, 포용하고 넘어가야 하는 입장이 약자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권한과 책임이 많은 사람들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면 몰라도, 피해를 본 약자가 자꾸만 이해와 인내를 강요받는 느낌이다. 안 그래도 억울한 일을 당해 상처받고, 기껏 용기 내서 문제를 제기했더니 왜 그렇게 난리냐며 기를 죽이고 눈치 보게 만든다. 분명 잘못한 것이 없는데 죄인 된 기분.
“좋은 게 좋은 거지.”
누구한테 좋다는 말인가? 이 말은 강자의 관점에서 대충 덮고 넘어가자는 말로 들린다. 피해자의 상처의 원인 분석과 적절한 치료 과정,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없이 대충 반창고 하나 붙이고 돌려보내는 것과 같다. 반창고 아래에서 상처는 곪고 곪아 결국 치료가 힘든 지경에 이르거나, 뒤늦은 치료 후에도 크게 덧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피해자가 속출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하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문제 해결 과정이 어렵고 복잡해도 단호하게 절차를 밟아 해결할 때, 비단 그 문제가 잘 해결될 뿐만 아니라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 리더는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면 되는지 그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람이다. 피해를 본 약자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 편에 서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좋은 게 모두에게 좋아야 진정 좋은 것이다. 강자만 편하고 유리한 입장에서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말한다면, 이 말은 더 이상 화합의 언어가 아니라 또 다른 폭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