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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Jan 12. 2021

짧은 글, 긴 밤.

짧은 호흡으로 쓴 몇 문장



우울은 수용성이다


예전에 인터넷을 뒤적이다 우연히 꽂힌 문장이다. 본 지 몇년이 지나도 매일 공감하는 문장이라 더 그렇다.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유난히 안풀리는 날이 있다. 세상이 내편이 아닌 것 같은 날, 누구나 있을법하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의 난 그 공허함과 분노를 극복하지 못했다. 잔뜩 울었고 코가 헐어 없어질때까지 코를 풀고 그러다 지쳐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치킨을 시키며 헛된 돈을 소비했다. 

모든게 내 맘대로 안풀리는 날이면, 잣같은 그 기분을 느끼는 순간 화장실로 직행한다. 그리고 샤워를 한다. 참 신기하게도 물은 내 몸에 뭍은 먼지와 머릿기름 뿐 아니라 우울까지 씻겨버린다. 비슷한 예로는 물티슈로 책상닦기와 바닥 쓸기가 있다. 난 그렇게 깔끔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나이는 많은 것을 변하게 만든다.


불행은 라면땅, 행복은 별사탕

사실 방금 생각난 말이다. 요즘 나는 평소에는 먹지 않던 과자 먹기에 꽂혀있는데, 요즘 꽂힌 과자는 어릴때 먹던 빨간 포장 속에 쌓여있는 닭다리 모양의 과자다. 고소한 라면땅 사이에 쏙쏙 숨어있는 별사탕이 매력인 뽀빠이도 종종 사먹곤 하는데 라면땅 속에 들어있는 별사탕을 집어먹는 것이 어릴때나 지금이나 별미다.

얼마전에 보고 10페이지 정도 남겨놓은 황정은의 소설 '연년세세'가 생각난다. '연년세세'는 평범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정말 겉으로 보기에 이상하리만큼 평범하고 단란한 가족이지만 각자가 지니고 있는 불행과 슬픔, 그리고 희생이 조명된다. 어쩌면 불행은 라면땅이고 행복은 별사탕은 아닐까? 흔하게 채이는 라면땅 속에서 별사탕을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어쩌면 인생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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