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보름산미술관에서 발간한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의 에필로그 글입니다.
인터넷에서 이런 ‘짤’을 본 적이 있다.
‘좋아하진 않는데 적성엔 잘 맞아.’
심드렁한 표정으로 귀찮다는 듯이 할 일은 하지만
너~무 잘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그런 사람들
감정동에는 그런 분이 계신다.
버스정류장 바로 옆,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구두 수선가게.
감정동 사람들 ‘미자네 구두’의 모티브가 된 집이다.
보통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고, 본인의 능력에 성취감을 느끼는 분들이
생활의 달인으로 소개되는데,
미자네 구두 할아버지는 달인으로 제보하기에는
표정이 늘 안 좋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거지 뭘’,
이런 느낌이랄까
시간도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오후 12시에서 1시까지는 점심시간,
웬만한 직장인보다 칼 같이 업무시간을 준수하는 할아버지는
실제 ‘영업 중인가?’ 싶을 정도로 조용하지만
월급쟁이처럼 부지런하게 출근하는 사장님이다.
처음으로 구두 수선을 맡기러 간 오후 4시 50분 어느 날이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 구두 굽 고칠 수 있나요?”
그때 할아버지는 구두는 보지도 않고 벽에 걸린 시계를 슬쩍 보더니
“에잇, 밖에서 조금만 기다려”
하고는 문을 쾅 닫았다.
한참 기다려야 하나 슬쩍 눈치를 보고 있는데,
잠시 후,
할아버지가 외투를 챙겨 입고는 구두를 들고 나왔다.
“오천 원”
얼떨결에 현금 오천 원을 드리고 긴가민가하는 사이에
할아버지는 자물쇠를 걸어 잠그며
이리저리 구두를 살펴보는 나보다 먼저 길을 떠났다.
오후 5시 미자네 구두 퇴근 시간이었다.
칼퇴근 X 정시 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