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도, 바람도, 나도 잘 드나들지 못하는 공간.”
서울에 살고 싶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서울에 산다는 건
응당 가져야 할 어떤 표식처럼 느껴졌다.
지방에서 버스 두 번, 기차 한 번을 갈아타고 올라올 때마다 나는 서울을 하나의 상징처럼 바라봤다.
손 닿을 듯 말 듯한 미래.
결국 5평짜리 원룸을 계약했다.
문을 열면 바로 싱크대 앞이고,
그 싱크대와 침대 사이에 빨래 건조대를 펼치면
그야말로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방.
샤워하면 화장실 전체가 젖어버리고,
창문을 열면 건물 벽이 바로 앞이라
빛도, 바람도, 나도 잘 드나들지 못하는 공간.
그런데도 계약서를 들고 나오는 순간
이상하게도 뭔가 이루어낸 사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제 나도 서울 주민이구나.
이 한 장으로 나는 서울에 ‘존재’할 권리를 얻었다.
서울이 나한테 준 건 고작 5평뿐인데
그걸로도 나는 괜히 기뻤다.
웃기지 않아?
서울에 내가 차지한 면적은 고작 5평인데
그 작은 직사각형 안에
나의 자존심, 꿈, 허영, 조바심, 환상 같은 것들이
다 들어와 버렸다.
나는 알고 있다. 이 도시는 나를 사랑하지도 않고,
기다리지도 않는다는 걸.
어쩌면 이것만으로 충분한지도 모른다.
서울에 내가 가질 수 있는 공간은 단 5평뿐이지만
지방에서 상상하던 서울의 삶이라는 흐릿한 그림 속에서
나는 드디어 한 조각을 얻게 된 셈이니까.
그 조각이 좁든, 답답하든, 우습든
오늘부터
나는 서울 주민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