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욕망 그 사이에서
오늘 아침은 어제 마셨던 술기운에 일어나기 힘들었다. 겨우 정신을 차려 산책을 다녀왔고, 늘 그러하듯 아이패드로 뉴스를 틀고... 응? 아이패드가 없었다. 가방과 아이패드가 있을만한 곳을 뒤져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지각이겠구나 싶어,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면서 출근 준비를 마무리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금 집안 곳곳을 뒤져본다.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샤워하는 중에도, 출근길에도, 일하다가도 다시금 어제의 기억을 되새김질해 본다. 분명 포장마차에서 나올 때 아이패드와 서류뭉치를 들고 있었다. 포장마차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었고, 부리나케 달려가 버스를 타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온 시간도 늦지 않았고, 술이 많이 취하지 않아 강아지와 저녁 산책도 했다. 잃어버릴 곳도 없었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버스 회사에도 전화해 봤지만, 분실물은 없었다.
2년 정도 알차게 썼으면 잘 썼어.
신형 맥북에어를 사라는 뜻인가 봐.
이제는 놓아주자 마음먹었다. 살 때의 가격을 24개월로 나눠본다. 해외 직구로 저렴하게 샀던 터라, 한 달에 6,666원꼴. 충분히 사용했어. 아쉬워해봤자 변하는 게 없는 것을 알기에 내 마음을 다독여 본다. 그러나 아무리 스스로 위로해 봐도 이미 속상한 마음만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패드 안에 있던 자료가, 나에게 최적화로 맞춰둔 설정들이, 대체 불가능한 유튜브 머신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잃어버린 다는 것은 그것이 내게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알게 한다. 애플 제품은 감성으로 사용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직구 제품이라 내가 원하는 색상을 구하지 못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해외 직구로 배송기간이 길었던 것도 불만이었다. 이처럼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 아이패드는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가 돼버렸다. 소중함의 순위를 매겨보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이랄까?
잃어버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도 불치병에 걸린 것처럼 아픔이 멈추지 않았다. 다시 사기 위해 애플 스토어에 들어가서 맥북에어와 아이패드를 구경해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잃어버린 아이패드를 찾으려 하면 할수록 고통은 커진다. 고통은 어느새 욕망이 되어, 계속 아이패드를 생각하게 하고 아픔이 반복되도록 나를 조정한다.
잃어버림은 내 안에 악순환을 만들었다. 내가 버리지 않는다면 늘 내 곁에 있을 것 같았던 아이패드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했는지 느꼈다. 그렇게 아이패드의 소중함을 느끼거나 애정 하면 할수록 잃어버린 것을 향한 욕망도 커진다. 커진 욕망이 나를 아프게 하고, 다시 그리움에 소중함을 느낀다. 이 악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려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만약에 나에게 돌아와 준다면 소중함을 느낀 만큼 애정 하면 된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더 이상 내 것이 아님을 인정하고 포기한다.
욕망에서 벗어나고자 더 이상 아이패드 찾는 것을 포기했다. 밥 먹을 때도, 블로그에 에세이를 쓸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생각이 났지만 이내 포기한다. 욕망은 나를 아프게만 하고, 도움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침대에 누웠다. 하루 종일 아이패드의 역할까지 했던 아이폰을 충전해 놓고 자려했다. 베개 밑에 충전기가 있어 베개를 치웠다. 베개 아래에는 그토록 갈망했던 아이패드가 있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쳤다. 때로 가장 큰 선물은 찾아 나설 때가 아니라 기다릴 때 온다. 그렇게 내 안에 욕망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