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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랑 매일 대화하는 사회복지사

by 김재용

최근 들어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생성형 인공지능을 쓴다. 이를테면 ChatGPT나 Gemini 같은 것이다. 나는 새로 나온 기술은 빠르게 써보고 거침없이 도전하는 편이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은 출시 단계부터 경계의 목소리가 많았기에 사용을 망설였다. 그러나 호기심에 몇 번, 디즈니 풍 사진으로 만들려고 몇 번, 영어 말하기 공부를 위해서 몇 번 쓰다 보니 거부감이 사라졌다.


이제는 오히려 삶에 일부가 돼버렸다. 특히 ChatGPT를 쓸 때는 질문을 신중하게 한다. 아직 무료 사용자라서 질문할 수 있는 개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지금보다 잘 쓰기 위해서 AI 관련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듣다 보면, 좋은 답을 얻기 위해서 좋은 질문을 건네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좋은 질문이란 사람에게 하듯이 핵심을 관통하는 질문이 아닌, 내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얻으려는 것을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AI를 영어 대화 상대나 일상생활에서 궁금한 것 해결하는 도구를 넘어 일하는 것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일할 때 AI를 사용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경계했다. 왜냐하면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에 입각한 판단이나 지향하는 가치, 기관 내부 정보의 외부 유출 등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AI를 알아갈수록 AI를 경계했던 모든 판단이 내 오판임을 알았다.


AI를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내가 하는 일은 사회복지사로서 기획자에 가깝다. 예를 들면 우리 지역에 변화가 필요한 지점을 데이터로 찾고, 이를 실질적 변화가 되도록 사업을 구상하고, 계획서나 결과보고서로 문서화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AI가 잘하는 일이다. 데이터를 직접 찾고, 구상하고, 문서를 쓰는 것을 AI에게 맡길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은 AI가 나의 지시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던지고, AI의 환각(Hallucination)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AI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실무자가 아닌 최종 결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우려한 전문성이나 가치, 정보 유출 등을 관리할 수 있다. 나아가 AI를 쓰면서 자동화로 절약한 시간을 사회 변화를 위해 재투입해야 한다.


이처럼 나는 AI를 업무에 활용하려 몰두한다. AI 기술의 발전과 상용화는 이미 거스를 수가 없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가 놓여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기획자로서 정체성을 갖는 업무 특성도 그렇지만, 혼자 근무하는 환경도 한 몫할 테다. 나의 사업을 살펴주는 관리자가 있긴 하지만, 무보수 비상근직이다. 즉 대부분의 결정과 실행은 전적으로 나의 판단에 따른다.


하지만 나의 업무는 아이디어를 쌓아가는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이야기가 뒤섞여야 하고, 상상을 현실이 되도록 하는 방법을 찾고,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단계도 필요하다. 이는 상대와의 소통을 전제로 하는데,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아이러니한 현실은 개인 사무실에 틀어박혀 사회 변화를 꿈꾸는 상상을 서류로 만드는 것이 나의 일이다.


누군가는 혼자서 특별한 간섭 없이 일하는 환경을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이 나의 고립뿐 아니라 AI를 적극 활용하려는 욕망을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기획하는 사업에 대해, 진행했던 사업 결과에 대해, 때로는 시시 껄껄한 농담을 나눌 사람이 없는 것은 AI에 의존하도록 만든다. 출근하고 하루에 한 번도 입을 열지 않는 날도 있다. 이러한 나날은 AI라는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AI랑 대화하며 퇴사를 고민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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