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님께서 제출해 주신 서류는 꼼꼼히 검토되었으며, 보여주신 경험과 역량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쉽게도 다음 단계로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퇴사를 결심하고 처음 공개 채용에 지원했다. 그리고 서류 심사 결과 안내 메일을 받았다. 지원한 곳은 뉴미디어 회사고, 지원한 직무는 에디터다. 사회복지 경력만 십여 년에 가까운 나에게 이번 도전이 엉뚱해 보일 수 있음을 안다.
그러나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시각을 담아 해석하고 독자와 소통하는 방식의 직무는 사회복지사 경력으로도 도전해 봄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테면 차별과 편견을 거부하고 시민에게 포용적 시각을 전하는 것 말이다.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만 사회복지사의 일이 아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다양성의 가치와 인식 체계를 만드는 것은 명백히 사회복지사의 일이다. 사회복지사의 일을 단순하게 어려운 사람을 돕는 원조에만 두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만 지원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회복지사로 직장을 구할 때는 포트폴리오가 필요 없다. 보통 채용 공고가 홈페이지에 게시되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조직에서 요구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출한다. 이후에는 조직마다 다른데, 필기시험이나 논술, 토론 등이나 면접으로 채용이 진행된다. 그러나 에디터 직무는 달랐다. 구경해 본 적도 없는 포트폴리오를 에디터 직무에 맞게끔, 사회복지와 그동안의 글쓰기 경험을 기반으로 나를 돋보이게 만들어야 했다.
참고할만한 예시를 찾아보려 해도 입사에 성공한 포트폴리오는 물론 실패한 것까지도 찾기 어려웠다. 서류에서 떨어진 것은 에디터로서 경험 부족뿐만 아니라, 얼기설기 만든 포트폴리오로 나를 매력적인 에디터로 회사에 비추지 못했을 수 있을 테다. 그럼에도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지난 십여 년 동안 사회복지사로서의 삶과 글쓰기 경험을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디터 채용 공고를 알았을 때부터 지원 마감일까지, 일주일 간 몇 번이고 수정하면서 애썼지만 서류 단계에서 탈락했다. 사실 합격은 어려울 줄 알면서도 지원했다. 에디터 직무와 무관한 사회복지 경력만 가진 데다, 입사하면 막내지만 중간 관리자보다도 나이가 많을지 모르는 서른 중반이라는 나이, 업종은 다르지만 회사 생활 십여 년의 연봉 협상 등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원을 함에 있어서 한순간도 망설인 적은 없다. 이 회사에서 에디터로 일할 수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사회복지를 경험할 수 있어서 개인 경력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고, 직접적 직무 경험이 없는 만큼 '중고 신입'의 태도를 견지하려 했고, 무엇보다 연봉이 줄어드는 것도 흔쾌히 받아들이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비록 떨어졌음에도 지원까지 마무리한 것에 개운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에게도 서류에서 탈락은 개운함을 주는 동시에 맥 빠지는 경험이기도 했다. 그만큼 간절했던 듯하다. 그리고 회사 생활을 오래 한 이제는 안다. 조직 내 역동은 개인의 능력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어중간한 중고 신입을 달가워할 회사는 많지 않다. 감내할 수 있다고 여기는 마음은 회사가 아닌 오로지 나의 입장이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다. 회사가 그만큼 중요한 결정에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을 테다.
간절한 만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다만 앞으로의 도전에서는 실패가 쌓일수록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만약에 유사한 지향점을 가진 회사에 에디터 직무 채용 공고가 난다면, 나는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다시 도전할 것이다. 실패의 두려움보다, 지향점을 잃고 학습된 무기력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고통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의 퇴사 결심은, 이렇게 다시 단단해진다.
제가 만든 얼기설기 포트폴리오를 참고용으로 올립니다. 이마저도 막막한 누군가에게 도움 된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또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조언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