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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은 Apr 22. 2020

중간에 묶는 매듭

얼마 전부터 검은 가방에 흰 솜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작은 솜들의 출처는 이불이었다. 이불에 박음질이 풀어진 곳에서 작은 솜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날엔 돌돌이로 전신을 밀어내야 했다.

전날 술을 오래 많이 마셨다. 술은 마음의 박음질을 하나씩 풀어놓았다. 이불에선 흰 솜만 나왔지만 풀어진 마음에선 다양하고 복잡한 생각들이 세어 나왔다.

이불을 펼치고 넷플릭스를 틀고 앉아 바느질을 시작했다. 바느질을 하면서 풀어진 곳들을 한 땀 한 땀 꿰매 나갔다.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바느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는 한 번에 꿰매지 말고 중간중간 매듭을 지어야 실이 한 번에 풀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마음에도 중간 매듭을 지을 수 있을까. 적당한 선까지 마음을 풀 줄 아는 것이 단단한 마음일 것이다. 가끔씩은 마음껏 마음을 풀어놓아도 적당한 선에서 매듭이 지어졌으면 좋겠다.

이불을 꿰맨 곳에서 더 이상 솜이 새어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매듭을 단단히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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