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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은 Jul 12. 2020

시선의 시작과 끝

생각과 마음 보는 일

 다른 사람이 날 보는 시선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쳐질까, 어떤 마음으로 날 바라볼까 생각하곤 한다.

 조금만 싫은 냄새가 나면 코를 막고, 듣기 싫은 소리가 나면 귀를 막는데, 눈은 떠지는 순간부터 감기는 순간까지 내내 빛을 받아들인다. 눈은 우리 몸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익숙한 곳이다.

 눈은 하루 종일 빛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빛을 내비치기도 한다. 불안함에 일렁이는 빛, 초조함에 떨리는 빛, 냉정함에 차가운 빛, 어두운 빛, 흐리멍덩한 빛, 부드러운 빛, 건조한 빛, 이글거리는 빛. 한 순간도 눈빛이 없는 눈은 없다. 우린 그걸 자주 잊는다.

 우리는 바라보는 대로 산다. 시선의 끝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한 대로 시선을 두고 시선을 둔대로 생각한다. 시선의 끝에 생각이 있다면 시선의 시작에는 마음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날 보는 시선이 궁금한 건 끝 보다 시작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눈을 통해 시선이 시작하는 지점까지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떤 마음으로 날 보는지 알 수 있을 것 만 같다. 누군가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일은 귀가 아닌 눈으로 해야 한다.

 누군가의 눈을 들여다보는 일은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내 비치는 일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마음을 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한 때는 마음을 드러내는 게 겁나서 시선을 숨겼다. 가볍지 않은 마음이 될 수 록 눈동자는 무거워졌다. 이제는 내 마음을 감추면 다른 사람의 마음도 볼 수 없다는 걸 안다. 내 시선의 끝을 누군가 시선의 시작으로 두는 삶을 살고 싶다. 내가 마주한 사람의 마음을 항상 생각하겠다는 마음으로. 내 작은 눈이 이번만큼은 장점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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