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익 Mar 22. 2024

라테의 첫 오브제 작업

여성용 유아의자

라테가 여성주의 작업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을때

융합스튜디오 교수님께서 피드백을 주셨다.


"좋아요! 라테씨.

여성주의 작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의미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외부의 저항이 쎈 분야이기도 해요.

그 모든 공격에 흔들리지 않는

깊은 사유와 세밀한 이론적 뒷받침과 정교한 작업을 해야해요."


막연히 여성주의를 하겠다는 의욕만 있던 내게

교수님의 말씀은  소중한 화두가 되었다.


그런데 오브제를 만들겠다고는 했지만..

조형작업은 꿈에도 ㅋ 해 본 적 없기에

한편으론 눈앞이 캄캄했다.


개강날. 먼저 인사를 해 준 동기 h에게 톡이 왔다.

목공을 할 줄 알아서 오브제 작업을 도와줄 수 있다고.

감동... 본인 작업도 바쁠 텐데 엄마뻘 라테가 걱정이 되었나 보다.

말만도 너무 고마웠다...

.

일단 라테 혼자서 해보는 걸로.

주말이면 동대문 상가와 완구거리, 다이소 등을 무작정 돌며

재료를 물색했지만 딱 맞는-.-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는 사이 제출 기한은 다가오고 ㅠㅠ

설상가상 다른 과목들의 시험도 닥친 진퇴양난...

아... 그냥 포기할까....;;


하지만 그런 무책임한 행동은

중년 만학도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줄 것이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

삼고초려 끝에 ㅎ 결국 맘에 드는 재료들을 구했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뚱땅뚱땅 의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

*산부인과용 유아의자

기획의도.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강요된 여성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고
여성이 원하는
독립적인 정체성의 방향을
모색하는 작업이다.

산부인과 의자에서 변형된 유아의자는

이 사회가 원하는 여성, 독립적인 성인이 아닌

남성에게 종속된 유아의 모습이며

그에 맞게 자신을  변형시켜 왔던

중년여성들의 젊은 시절에 대한 추도와

여성 정체성에 대한 직시를 의미한다..



말 잘 듣는 유아처럼

고분고분 귀여운 키티

하지만 그의 심신은

세파에 닳고 남루해졌다.

아무도 집어 들지 않는

길거리 벼룩시장의 낡은 인형처럼..

강요된 여성성이 아닌

자기만의 진정한 여성성을 찾아 나서는 여성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사진 콜라보 작업

라테의 노문과 후배인 김용범의 작품이다.

선배의 늦공부를 흔쾌히 도와준

용범이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여성에게 허용된 시공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동일한 세계에 대한 제한된 경험은

남성과 여성, 두 존재의 사유인식과 삶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다.

여성이 있는 것이 당연한 공간과.

여성이 없는 것이 당연한 공간.

정치적 사회적 대소사를 논하는 자리에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라테의 성장기엔  

누구도 이런 풍경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


여성의 신체는 개인의 소유이지만

문 밖을 나서면 사회적 신체로 취급받는다.

여성은 혼자서 공적인 시공을 온전히 향유할 수 없다.

고즈넉한 자연 속에서 조차

사회적 신체를 향한 위험은 상존한다.

끝.


난생처음! 도전한 라테의 여성주의 오브제 작업.

52세 미대 신입생의 거칠고 미숙한 결과물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라테가

동시대 미술 첫 작업을 해냈다는데

의미를 두기로 하였다.

기회가 된다면 꼭 제대로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은 작업이다..


이전 17화 맥스웰 고양이는 왜 웃긴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