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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Feb 27. 2024

라테의 허들 넘기, 쑈.


라테는 캠퍼스를 걷다

잔디 속에 숨어 있는 ㅋ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뻔한 적이 꽤 있다.


그날도

힘든 전공 수업이 끝나 룰루랄라

학생 회관을 향해  걸어가던 라테는

돌멩이 x  돌덩이 o에 가까운 돌부리에

발끝이 걸려

확! 고꾸라질 뻔했지만!  

하늘이 도우사...

겨우 중심을 잡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ㅜ

(골절이 무서운 나이-.-)


하지만

동기들은 넘어지기는커녕!

운동화 앞 코로

되레 그 돌부리를 퍽! 하고 튀어올라

날아가게 만들었다!

그런 순간이면  라테는 자신의 노구를 실감하며

피지컬 자신감 하락에 따른

공부 자신감의 하락을 맛본다..;;


과의 메인 강의실인 샤랑통은   무대처럼 돼 있다.

발표를 하려면 단상 위로 올라가야 는데

높이가 55- 60센티쯤 된다.

*문제는 올라가는 계단이 따로 없다는 것.ㅠㅠ

우측에 휠체어를 위한 경사로만 있다.


동기들은 50센티쯤 되는 그 단상을

무념무상으로 한 번에 턱! 올라선다.

50대 라테는 미련하게도 자기도 그럴 줄 알았다.ㅋ


그리하여 씩씩하게 걸어나가

단상 중앙에 딱 도착한 라테.

헉!!! 이게 무슨 일인지 -.-;

단상의 높이는

라테가 그대로 올라서긴 턱없이 높았다.

허들 선수출신이라면 가능할 수도...^^‘

(큰 덩치 탓에 배구선출이냐는 말은 자주 들었음 ㅋㅋ)


그제야 동기들이 턱턱! ㅋ 올라간 건

스무 살 관절의 탄력성 때문임을 깨달았으나

이미 소용없는 짓! ㅎㅎ

거기에 갈수록 관절염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는 무릎 상태도  걱정되었기에(가지가지...


단상을 오르는 걸 빠르게 포기하고

급 진로를 변경,

우측 끝에 있는 휠체어 경사로로 향한다.


발표를 기다리는 좌중은

진로변경의 원인을 모른 채 조용...


그래, 진작에 이리로 갈 걸.

괜히 망신당할 뻔했어...^^;


라며 기분 좋게 경사로에 발을 내딛는 라테.

힘찬 발걸음으로 경사로를 오르는데....


어? 어? 어어어어어어 어....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도 아닌 것이 —;;

뒤로! 뒤로! 미끄러져내려 가면서

50대 라테! 역 미끄럼 타기 쑈를

펼치고 있는데!


알고 보니 경사로의 각도가 원흉이었다 ㅜ

40도는 되는 데다

나무바닥의 표면은

어마무시하게 미끄러웠던 것...


접지력이라곤 1도 없는 단화에

돌뎅이처럼 무거운 젤 큰 사이즈 맥북을 든 라테는

시시포스의 바위도 아닌 것이.

오르려고 하면 할수록

뒤로 뒤로! 굴러떨...

아니 미끄러져 내려갔던 것이었다!

그렇게 출발 1분 만에

다시 바닥으로 귀환한 라테.


교수님과 동기들은

발표를 하라니까 왜 저러고 있나? 하는 얼굴로

어리둥절 -.-


더 이상 남은 선택지도 없는 상황...

다시 중앙으로 되돌아가는 수밖에.


이제부터 라테가 단상 위로 올라가는  법을

알려드린다.

1. 들고 있던 노트북을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2. 몸을 단상가까이 최대한 밀착하고

 양팔을 벌려 단상 위를 짚는다.


3. 양손바닥으로 단상 바닥에 힘껏 누르며

   한쪽 다리를 단상 위에 올린다.

  (일종의 도마 선수 포즈? ㅋㅋㅋㅋ)


4. 같은 방법으로 반대쪽 다리를

    통나무 리프트 기계인양 들어 올리면서!


5. 동시에 나머지 몸뚱이들을 모아 모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뭔가 담벼락 넘는 늘근; 도둑 느낌이었을 듯...ㅠㅠ)


이 모든 과정을 강제 관람해야 했던 동기들이

방금 뭘 본 건지는;; 라테도 모름.....


천신만고 끝에 무대 위로 올라간 자랑스러운 라테

태연한 척, ㅋㅋ

노트북을 챙겨 들고 무대 중앙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지금이야 웃으며 말하지만.

그날은 집에도 안 가고

스벅에 들어가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그 단상의 높이 50센티가

라테에겐 물리적 허들을 넘어

심리적 허들로 자각되었기 때문이다.

50대 만학도에겐 넘어야 할 것들이

왜 이리도 많은 건지...


앞으로도 무수한 허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잘 넘어갈 수 있을까...

지금보다 훨씬 더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할 거다...


하지만 아무리 넘어야 할 것들이 많아도..

라테를 날마다 새로운 경험으로 안내하는

이 변화무쌍한 대학생활이

자꾸만 좋아지는 걸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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