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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Feb 14. 2024

 맥스웰 고양이는 왜 웃긴가...

라테는 원래 90학번이다.

개인적인 시간을 중시하는 mz 세대와는 다르게

집단 문화가 지배적인  대학을 다녔다.

그때는 동기라는 연대감이 굉장히 강했다.

그런 라테에게

2022년 대학의 점심시간은 상당히 생소했다.

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일은 없었고

친한 사람들끼리  혹은 혼자 먹는 친구들도 많았다.


한 번은 라테를 늘 챙겨주는 하영이가

동기들과의 점심자리에 불러주었다.

밥이라도 사고 싶은 마음에 신이 나 따라갔지만..

mz동기들 사이에 라테가 턱 하니 끼어 앉은 모양새는

뭔가... 대학생들의 친목 모임에 엄마가 쫓아온; 느낌!을 조성했고..;;

밥 먹는 내내 동기들에게선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또래끼리 쓰는 언어나 그들만의 관심사를

편히 토크 ㅋ하지도 못하고...


얘들아. 이러다 체하겠어... 느낌..-.-


결국 골치 아픈 ㅋ 예술작업 이야기나;

시종일관 밥만 먹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아.. 20살들 사이에
50대가 끼면 이렇게 되는구나;...


이야기꽃을 피워도 피워도 모자랄

스무 살들만의 점심시간을

본의 아니게 50대의 어색한 공기로 채워버린 라테..ㅎ

그 뒤로 라테는  개강모임이나

친한 동기와 약속할 때를 빼곤

혼자 점심을 먹었다.


웃음코드라도 통하면  좋겠지만

동기들이 어떤 걸 웃기다고 하면

라테는 당최  그게 왜 웃기는지 알 수가 없었다.


 팀플을 하면서 맥스웰 고양이라는 밈을 보게 되었다.

검은 고양이가 반복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통통 튀어 다니면서 복제되고 분열되는 게

도무지 왜 웃기는지

보고 또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 답답해서 동기 하연에게


맥스웰 고양이 말이야.... 그게 왜 웃긴 거야?


라고  물었다.

하연이는 라테를 위해 성심성의껏 설명해 주었다.

맥스웰 고양이가  유저들의 손에서

계속 무한 변주 증식되어 가는

그 현상이 웃긴 거라는...


알듯 말듯 아리송한 라테..

분명한 건 지금의 디지털 감각이 있어야만  

가능한 웃김이라는 거였다..

라테도 맥스웰 고양이를 보고 웃고 싶었다.

하지만

이 시대의 디지털 기법은 배울 수 있을지언정,

디지털 감각은 애초에 라테에겐 없는 것이니.

어찌 웃을 수 있겠는가 ㅠㅠ




디지털을 세상을 살아가는 수단으로

잘 활용하는 동기들을 보고 있으면

라테는 가끔 먹먹해진다.

30여 년 전

나의 시야 저 바깥엔 어떤 세계,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낡은 지도 같은  빈약한 정보에 의지해  

더듬더듬 찾아나가던

젊은 날의 우리세대들이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들어서…


mz세대와 라테는

각자 속한 세계의 기술 차이만큼이나

같은 시공,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라테가 속했던 아날로그 세계의 사유로

mz 세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이 시대의 사유로

그들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

그때는 라테도 맥스웰 고양이가 왜 웃기는지

어쩌면 알 수 있을지  모른다고..


문득 문득

희망해보는 라테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22년 가을 축제날

애니과 코스프레 체험부스에서

동기들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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