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는 원래 90학번이다.
개인적인 시간을 중시하는 mz 세대와는 다르게
집단 문화가 지배적인 대학을 다녔다.
그때는 동기라는 연대감이 굉장히 강했다.
그런 라테에게
2022년 대학의 점심시간은 상당히 생소했다.
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일은 없었고
친한 사람들끼리 혹은 혼자 먹는 친구들도 많았다.
한 번은 라테를 늘 챙겨주는 하영이가
동기들과의 점심자리에 불러주었다.
밥이라도 사고 싶은 마음에 신이 나 따라갔지만..
mz동기들 사이에 라테가 턱 하니 끼어 앉은 모양새는
뭔가... 대학생들의 친목 모임에 엄마가 쫓아온; 느낌!을 조성했고..;;
밥 먹는 내내 동기들에게선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또래끼리 쓰는 언어나 그들만의 관심사를
편히 토크 ㅋ하지도 못하고...
얘들아. 이러다 체하겠어... 느낌..-.-
결국 골치 아픈 ㅋ 예술작업 이야기나;
시종일관 밥만 먹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아.. 20살들 사이에
50대가 끼면 이렇게 되는구나;...
이야기꽃을 피워도 피워도 모자랄
스무 살들만의 점심시간을
본의 아니게 50대의 어색한 공기로 채워버린 라테..ㅎ
그 뒤로 라테는 개강모임이나
친한 동기와 약속할 때를 빼곤
혼자 점심을 먹었다.
웃음코드라도 통하면 좋겠지만
동기들이 어떤 걸 웃기다고 하면
라테는 당최 그게 왜 웃기는지 알 수가 없었다.
팀플을 하면서 맥스웰 고양이라는 밈을 보게 되었다.
검은 고양이가 반복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통통 튀어 다니면서 복제되고 분열되는 게
도무지 왜 웃기는지
보고 또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 답답해서 동기 하연에게
맥스웰 고양이 말이야.... 그게 왜 웃긴 거야?
라고 물었다.
하연이는 라테를 위해 성심성의껏 설명해 주었다.
맥스웰 고양이가 유저들의 손에서
계속 무한 변주 증식되어 가는
그 현상이 웃긴 거라는...
알듯 말듯 아리송한 라테..
분명한 건 지금의 디지털 감각이 있어야만
가능한 웃김이라는 거였다..
라테도 맥스웰 고양이를 보고 웃고 싶었다.
하지만
이 시대의 디지털 기법은 배울 수 있을지언정,
디지털 감각은 애초에 라테에겐 없는 것이니.
어찌 웃을 수 있겠는가 ㅠㅠ
디지털을 세상을 살아가는 수단으로
잘 활용하는 동기들을 보고 있으면
라테는 가끔 먹먹해진다.
30여 년 전
나의 시야 저 바깥엔 어떤 세계,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낡은 지도 같은 빈약한 정보에 의지해
더듬더듬 찾아나가던
젊은 날의 우리세대들이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들어서…
mz세대와 라테는
각자 속한 세계의 기술 차이만큼이나
같은 시공,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라테가 속했던 아날로그 세계의 사유로
mz 세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이 시대의 사유로
그들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
그때는 라테도 맥스웰 고양이가 왜 웃기는지
어쩌면 알 수 있을지 모른다고..
문득 문득
희망해보는 라테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22년 가을 축제날
애니과 코스프레 체험부스에서
동기들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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