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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Dec 22. 2023

 동기들에게 배웠어요!

당연히... 라테와 동기들은 너무 달랐다.

처음엔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해서 혼자 속을 끓인 라테...


* 매우 느린 카톡

동기들은  라테가 카톡을 보내면

짧게는 반나절에서 하루

길게는 사흘에서 닷새만에 답을 보내기도 했다.


카톡이 궁극의 소통 수단이고

가능한 즉답을 보내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 여긴ㅠ

라테는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고

심지어 화가 나기 시작했다.;;


늙었다고 나를 무시하나..-.-;


그런데 교양 수업 시간에 타과생이 이런 발표를 했다.

언제부터인가 수없이 쏟아지는 카톡 메시지가

자기를 압박하는 것 같은 생각에

메시지 보는 것을 자꾸 미루게 되었고

어느 날 보니 읽지 않은 메시지가 천 개에 가까웠다고...


순간  앗! 하고 얼음이 된 라테.


생각해 보니 라테도 대학에 들어오고부터

매일 쏟아지는 학사행정과 수업 관련 공지

카톡 폭탄 때문에

수업흐름이 깨지기 일쑤였고 가끔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물며

mz 동기들에게는 그 몇 배의 메시지가 올 게 뻔했고

그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하다  

뒤로 미루면서

부담감을 느끼는 거였고...

나름의 대처법으로 하루 이틀

이렇게 순차적으로 답을 보내는 거였다..

그러니 라테의 카톡은 뒤로 뒤로 밀리는 악순환이....ㅎㅎ


또 정말 가까운 사이 아니면  

전화번호는 보통 묻지 않는다.;;

그럼 뭘로 연락하나??

인스타 디엠으로  교류한다.


라테가 파악한 바로는 ㅎㅎ

인스타 주소를 알려주고 묻는다는 건

너랑 알고 지내고 싶어^^

 라는 뜻이다.


" 저 … 인스타 주소 좀."

대면 수업 첫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 말을 들으며

나도 저 말을 들어봤으면 했던 기억 ㅠ.ㅠ

사실 인스타 디엠으로 보낸다고

답이 빨리 오는 건  또 아니지만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카톡보단 빨리 답이 온다^^;;


 * 마법의 호칭,  님!

수업시간에  다른 학우를 부를 때는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른다.


라테 님!

동기들이 라테님! 하고 나를 불렀을 때…

그 생경하면서도 뭔가 싫지 않은 기분.

처음 보거나 님은 잘 모르는 사이에도

너무나 찰떡인 호칭이다.

이  님. 이 없었다면

모두들 이 라테를 뭐라고 불러야 했을지...

생각만 해도 서글프다 ㅎㅎ




*선후배 간의 평등.

mz 대학생들은

언니. 오빠. 형, 선배라는  호칭은 거의 안 쓴다.

 서로 아무개님!으로 존대하며

학년 나이 상관없이  평등하게 지낸다.


처음에 이 부분이 정말 낯설었다.

라테는 한 학번만 차이나도 깎듯이

언니 오빠 형이라 불렀는데...

이 말을 동기들에게 하니


 "정말요??" 하고 놀란다.


어릴 적 6.25 때 이야기하는

어르신을 바라보던 라테처럼...-.-;

 

*더치페이!

mz동기들은  무조건 더치페이다.

이유불문 그냥 상식이다!

처음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  당연히;

라테가 계산을 하려 했었다.

하지만 동기들은 난감한 얼굴로 극구! 반대를 했다.


"**님 왜 혼자 내세요?? 절대 안 돼요!"


첨엔 동기들이 내가 밥 사주는 게 싫어서 그런가..

또 꼰대 사고 작동하며 서운해했던 라테..

매일이 서운함의 연속^^;;

하지만 지날수록  그게 서로 부담 없고  

마음이 편하다는 걸 체험한 라테.


*취향존중.

나도 너를 존중할게.

너도 나를 존중해 줘.


이 말속엔 굉장히 많은 함의가 들어있었다.

처음에 라테는


아하! 상대의 취향을 인정하고 지켜달라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30퍼센트쯤만 맞은

역시 꼰대식의 해석이었다.


mz 세대가 말하는 취향존중이란

내 동의 없이 가까이 다가오거나 (

ex 원치 않는 친절. 친밀함의 표시.)

선을 넘어 들어와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 ( 호구조사, 사는 동네 등  신상을 묻는 행위..)

이 포함되어 있었다.


라테의 세대는 그런 인식이 전무했기에..

대인 관계에 좌충우돌하며

상처를 주고받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라테...

 

라테가 경험한 mz 동기들의 소통 방식은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주는 게 아니라

상대의 의사를 가장 위에 놓고 진행하는 것이었다.

라테는 개인적으로 이게 더 편해졌고,

이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라테에게 취향존중은 어렵다.

동기들에게 안부 문자를 보낸다거나

밥을 먹자고 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취향존중의 기준에 허용되는지

아니면 불편한 오지랖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입학 이년이 넘은 지금은

그래서..

mz 동기들에게 가급적이면

먼저 디엠을 보내지 않는다.

라테의 디엠이 부담이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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