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대면 수업 직전 탄로 난 라테의 실체!!!
선배한테서는 이틀 만에 답이 왔다.
졸전 준비 중이라 무척 바빴다고
자정 넘어 줌 회의를 하잔다.
라테는 속앓이 한 건 티를 안 내고
너그러운 꼰대인 척 ㅋ
어. 그래요~알겠어요...
라고 답 문자를 보내고
새벽에 회의에 들어가서도 활짝 웃어 보인다.-.-
선배는 정말이지 영민한 친구였다.
핵심만 짚어 척척 진행도 잘한다.
발표도 엄청 잘하겠지?^^
그럼 우리 팀플은 성공적! 이 되는 것이고...
상상의 나래 속에
카톡답을 바로바로 안 준다고
내심 삐쳐있던 라테의 마음은
간사하게도 바로 풀어졌다.
2022년 3월. 90학번 라테의 22학번 신입생,
첫 달이 지나갔다.
꽃다운 신입생의 기분은커녕
수업과 과제 스케줄에 쫓겨 점심 먹을 시간도 없었다.;;
엉겁결에 3월 한 달 동안 무려 3킬로가 빠지는
기적을 연출!
주중엔 평균 새벽 1시에서
심할 땐 3시는 되어야 모든 과제를 마치고
쪽잠을 청했다;
눈을 뜨면 눈곱만 떼고 ㅋ
디지털 시스템에 접속,
그날의 강의 스케줄을 체크하고,
줌 수업에 들어간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맞긴 한가 보았다.
비대면 출석체크에 마이크가 꺼진 줄도 모르고
연신 네네! 거리며 입만 뻥끗거려
눈뜨고; 결석 처리 당할 뻔했던 ;
무지성 라테도 어느새 학사행정을 디지털로 척척...ㅋㅋ
수업 중에도 학교 / 과의 온갖 알림이
수시로 쏟아져 들어온다.
하란대로 ㅋ 실행하려면
그야말로 하루 종일; 컴과 폰을 번갈아봐야 했다.
대학생 딸에게 컴과 폰 좀 그만 보라고 성화였던
라테는
적반하장으로 이제 컴과 폰이 없으면
일상유지가 불가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
수업이 끝나고 나면
움직일 때마다 우두둑 소리가 전신의 관절에서
울려 퍼지고
라테는 곡소리를 내며 널브러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 라테는
뭔가 이상해졌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자신을 괴롭혔던
쉴 새 없이 남편의 안부를 확인해야만 하는 강박.
불안과 망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안부를 확인하러 남편회사에
전화를 거는 일은 당연히 없어졌고
남편에게 톡을 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ㅎ
당장의 학교 공부걱정이
남편 걱정보다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것이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게 아닌가..
육신의 힘듦보다 더 큰 공부의 즐거움 때문인지....
참으로 오랜만에 자신이 맘에 드는 라테...
곧 대면 수업이라 적잖이 떨리기는 하지만;;
라테는 점점 모든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는
기적을 맛보고 있었다.
feat 탄로 난 라테의 실체...
현대 미술 기초 교수님께서는
줌 수업 한 달 동안 내 실체를 전혀 모르셨다.
50대의 교수님은
오구오구 우쭈쭈! 스타일로 학생들을 부르셨는데...
라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 이번엔 라테 발표 해볼까?
거기다 대고
교순 님! 노노!
아이 엠 52세!
위 아 쌔임쌔임 5학년.
라고 할 수도 없고
그때마다 나는
감삽니다! ( 의도치 않은, mz 식의 경쾌한 대답...ㅠㅠ )
라는 대답과 함께 황급히 마이크를 껐다.
무리 속에 몸을 숨긴 50대가
네네! 네네네!
아이들 사이에서 대답하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신 채 한 달간 수업을 진행하신 교수님.
대면 수업날 교순 님 앞에서
짠!
괜찮아요? 많이 놀랬죠? ㅋㅋㅋ
라고 해야 하나.. 어쩌나..
그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한 라테..
드디어 대면수업 바로 전 시간.
교수님은 내 그림을 보시더니
영화적 상상력이 발휘되었다시며 칭찬을 하셨다.
감사합니다!라는 마무리 멘트를 던졌으나...
교순 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라테는 그림 배운 적 없다 했지?
(일 학년 신입생 우쭈쭈 오규오규 너낌 ㅋ)
네...
그래, 올해 몇 살이지?
허거덕:
아... 네.. 저...
응??
네....
저는...................
오....
십....
몇 살? ( 오/라는 소리를 잘못 들으신 걸로 착각하신 듯....)
몇 살이라고?
정적이 흐르는 줌 강의실....
동기들이 방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는 상상 오버랩..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고 ( 진짜 감김;),
우렁차게 정확한 신상 정보를 읊어드렸다.
네! 1971년 생. 52세입니다!
엉? 엉?
…..#%%*$£¥
오.... 오.... 오십 이세??
거의 비명을 지르시는 교수님......
쓰러지시는 줄 알고 순간 걱정함
순간 뭔가 오기가 나는 라테;
다시 한번 우렁차게! 읊어드린다.
넷! 저는 52세 1971년 생입니다 ( 콱.. 마 ㅋㅋㅋ)
이게 무슨 쪽팔림인가 싶어 억장이 무너졌지만
대면에서 짠! 하고 웬 어머님이 나타나면
더 놀라셨을 거 같아
차라리 잘 된 거라고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기까지 하는 라테...ㅎㅎ
만일 30여 년 전 라때! 였다면
신문 돋보기란에 이런 기사가 나갈 수도 ^^;.
한 달간 스무 살인 줄 알던 대학 신입생
52세 아주머니로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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