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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Jan 29. 2024

52세 신입생의 3월 보고서

feat  대면 수업 직전 탄로 난 라테의 실체!!!

선배한테서는  이틀 만에 답이 왔다.

졸전 준비 중이라 무척 바빴다고

자정 넘어 줌 회의를 하잔다.

라테는 속앓이 한 건 티를 안 내고

너그러운 꼰대인 척 ㅋ

어. 그래요~알겠어요...

라고 답 문자를 보내고

새벽에 회의에 들어가서도 활짝 웃어 보인다.-.-

선배는 정말이지 영민한 친구였다.

 핵심만 짚어 척척 진행도 잘한다.

발표도 엄청 잘하겠지?^^

그럼 우리 팀플은 성공적! 이 되는 것이고...

상상의 나래 속에  

카톡답을 바로바로 안 준다고

내심 삐쳐있던  라테의 마음은

간사하게도 바로 풀어졌다.


2022년 3월. 90학번 라테의 22학번 신입생,

첫 달이 지나갔다.

꽃다운 신입생의 기분은커녕

수업과 과제 스케줄에 쫓겨   점심 먹을 시간도 없었다.;;

엉겁결에 3월 한 달 동안 무려 3킬로가 빠지는

기적을 연출!

주중엔 평균 새벽 1시에서

심할 땐 3시는 되어야 모든 과제를 마치고

쪽잠을 청했다;

눈을 뜨면 눈곱만 떼고 ㅋ

디지털 시스템에 접속,

그날의 강의 스케줄을 체크하고,

줌 수업에 들어간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맞긴 한가 보았다.

비대면 출석체크에 마이크가 꺼진 줄도 모르고

연신 네네! 거리며 입만 뻥끗거려

눈뜨고; 결석 처리 당할 뻔했던 ;

무지성 라테도 어느새 학사행정을 디지털로 척척...ㅋㅋ


수업 중에도 학교 / 과의 온갖 알림이

수시로 쏟아져 들어온다.

하란대로 ㅋ 실행하려면  

그야말로 하루 종일; 컴과 폰을 번갈아봐야 했다.

대학생 딸에게 컴과 폰 좀 그만 보라고 성화였던

라테는

적반하장으로 이제 컴과 폰이 없으면

일상유지가 불가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


수업이 끝나고 나면

움직일 때마다  우두둑 소리가 전신의 관절에서

 울려 퍼지고

라테는 곡소리를 내며 널브러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 라테는

뭔가 이상해졌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자신을 괴롭혔던

쉴 새 없이 남편의 안부를 확인해야만 하는 강박.

불안과 망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안부를 확인하러 남편회사에

전화를 거는 일은 당연히 없어졌고

남편에게 톡을 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ㅎ


당장의 학교 공부걱정이

남편 걱정보다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것이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게 아닌가..


육신의 힘듦보다 더 큰  공부의 즐거움 때문인지....

참으로 오랜만에  자신이 맘에 드는 라테...

곧 대면 수업이라  적잖이 떨리기는 하지만;;

라테는 점점 모든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는

기적을 맛보고 있었다.


feat 탄로 난 라테의 실체...

현대 미술 기초  교수님께서는

줌 수업 한 달 동안 내 실체를 전혀 모르셨다.

50대의 교수님은  

오구오구 우쭈쭈! 스타일로 학생들을  부르셨는데...

라테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 이번엔 라테 발표 해볼까?


거기다 대고


교순 님! 노노!

아이 엠  52세!

위 아 쌔임쌔임 5학년.


라고 할 수도 없고


그때마다 나는  

감삽니다!  ( 의도치 않은,  mz 식의 경쾌한 대답...ㅠㅠ )

라는 대답과 함께 황급히 마이크를 껐다.


무리 속에 몸을 숨긴 50대가

네네! 네네네!

아이들 사이에서 대답하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신 채 한 달간 수업을 진행하신 교수님.


대면 수업날 교순 님 앞에서

짠!

괜찮아요? 많이 놀랬죠? ㅋㅋㅋ

라고 해야 하나.. 어쩌나..  

그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한 라테..


드디어 대면수업 바로 전 시간.

교수님은 내 그림을 보시더니

영화적 상상력이 발휘되었다시며 칭찬을 하셨다.


감사합니다!라는 마무리 멘트를 던졌으나...

교순 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라테는 그림 배운 적 없다 했지?

(일 학년 신입생 우쭈쭈 오규오규 너낌 ㅋ)


네...


그래, 올해 몇 살이지?


허거덕:  

아... 네.. 저...


응??


네....

저는...................

오....

십....


몇 살?  ( 오/라는 소리를 잘못 들으신 걸로 착각하신 듯....)

몇 살이라고?


정적이 흐르는 줌 강의실....

동기들이 방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는 상상 오버랩..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고 ( 진짜 감김;),  

우렁차게  정확한 신상 정보를 읊어드렸다.


네!  1971년 생. 52세입니다!


엉? 엉?

…..#%%*$£¥

오.... 오.... 오십 이세??


거의 비명을 지르시는 교수님......

쓰러지시는 줄 알고 순간 걱정함


순간 뭔가 오기가 나는 라테;

다시 한번 우렁차게! 읊어드린다.


넷!  저는 52세 1971년 생입니다 ( 콱.. 마 ㅋㅋㅋ)


이게 무슨 쪽팔림인가 싶어 억장이 무너졌지만

대면에서 짠! 하고 웬 어머님이 나타나면  

더 놀라셨을 거 같아

차라리 잘 된 거라고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기까지 하는 라테...ㅎㅎ


만일 30여 년 전 라때! 였다면  

신문 돋보기란에  이런 기사가 나갈 수도 ^^;.


한 달간 스무 살인 줄 알던 대학 신입생
52세 아주머니로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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