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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Jan 13. 2024

라테의 발표, 쑈!

feat 누가 좀 도와 드려요!

 

그렇게 한 시간 반쯤 지났으려나...

초조한 맘으로 동기들의 발표를 듣고 있는데

뭔가 싸한  카톡 알림음....

선배의 카톡..


라테씨. 죄송해요.. 저 코로나 확진이 떠서  ㅠ


오 마이 갓..

세상에 이런 일이!!!


a급 공황장애 증상, 심장이 엄청 빨리 뛰면서

양손에 땀이 나면서 힘이 쭉 빠진다...

발표는 내가 한다 쳐도

디지털 기기 연결은 본인만 믿으래서

연습도 안 했는데 어쩔 티브이란 말인가..

교수님께서 경쾌한 목소리로 호명하신다.


*라테씨. h 팀!


웅얼웅얼 말을 꺼내보는 라테..


교순 님....

발표자가 코로나 확진에 걸려서 못 왔어요.  

다음 주에 하면 안 될까요?ㅠㅠ


*라테씨가 발표해요! 오늘!


단호박 교순 님...

(너무 합니다... 너무 합니다... 당신은... 너무 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으로 가득한 몸뚱이와 준비한 자료를

주섬주섬 부여잡고

단상으로 향하는 라테...

태연한 얼굴로 걸음을 옮기지만

세상과 자신이 분리된 유체이탈을 경험하는 라테...

공용 노트북이 놓인 책상으로 가서 털썩 앉는다.


자, 발표 시작하세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부여잡고

모니터를 스캔한다.

엇.

구사일생으로

프로젝터와 노트북은

 이미 앞의 조에서 연결된 상태 그대로다.

라테는 구글 드라이브에 접속하기만 하면 된다.


휴우..


화면엔  여러 개의 구글 드라이브 창이 떠 있다.

앞서 발표한 팀들이 열어놓았던 창들이다.

그 창들을 모두 닫고 초기화면으로 가서

구글 드라이브에 접속해야 하는 라테

맨 위 x자 종료버튼을 눌러본다.

그런데  아무리 눌러도 닫히지 않는다.


어?? 이게 왜 안되지?


좌중은 고요히

50대 동기생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클릭해 본다.

등 뒤 대형 프로젝터 위에

노트북 화면이 그대로 비치고 있다.

커서를 움직여보지만

당황한 나머지 손이 덜덜 떨린다..


왜요? 안 닫혀요?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신 듯 한

교수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랙 걸렸나 보네, 새로 고침 해요! 그럼.


아! 네!


라테는  커서를 화면 위로 가져간다.

but 누른 것은 새로고침이 아닌 즐겨찾기 버튼!

그때 분명히 라테의 귀엔

새로고침이 아닌

즐겨찾기!!! 로 들렸다;

선배의 갑작스러운 결석에

너무 놀라  그렇게 들은 것 같다.. ㅠ


아유.. 할 줄 몰라요??


고구마 천 개를 드신 듯한 교수님의 음성...


누구 좀 나와서 도와드려!!!

(솔직히 이때 죽고 싶었음.;;)


과대표 아현 학생이 부리나케 단상 위로 올라오더니

몇 번의 손놀림으로 금세 드라이브로 들어간다.


자. 이제 하시면 되세요.


학생은  관세음보살처럼 온화하게 웃어준다.


너무 고마워요... 고마....ㅠㅠ


정신 가출한 상태로...

우리 팀의 발표 파일을 클릭한다.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라테가  쓴 원고이고, 또 만일의 사태를;;대비해

수없이 연습을 했기에 발표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발표 내내 첫 대면날  mz동기들 앞에서...

새로고침도 못하는

라테 컴맹쑈를 벌인 충격에 절망하며

뭔가에 빙의된 듯 떠들고 있는 라테...


쏼라 쏼라...

다다다다...


교순 님께서  마무리를 해주신다.

아휴... 위기탈출...


"여러분.

동시대 미술에서  사회과학 분야는 정말 중요해요.

미디어 평론가를 모시는 것은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라테는 발표를 끝낸 것이 기쁘고 감사하기만 하다..


쉬는 시간.

그제야 강의실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전 라테의 만행은 벌써 뇌리에서 잊힌 듯  ㅎㅎ

동기들은 팀 별로 우르르 밖으로 나가고 있다.

라테만이 덩그러니 강의실에 남아  

벌을 받고 있는 기분...


조금 전 일을 생각하자

부끄럽고 서러운 마음에

대학교 1학년이 아닌 초등1학년으로 빙의된 건지..

갑자기 울 것만 같다.


앜. 왜 이래...

여기서 울면 진짜 주책 대마왕라테 등극이야!


어디가 어딘지로 모르는 밖을 향해

무작정 걸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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