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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라벤더 같은 휴식

by 한영옥

4일간의 연휴가 지나고 아이가 학교 가서 집에 혼자 남은 시간 그 동안의 가뻣던 한숨이 쉬어진다. 긴장이 풀리니 침대에 다리 뻗고 누워있어도 몸이 저리고 힘든 느낌이 든다. 오늘은 오전에 일하는 친구가 휴가라서 같이 놀기로 했다.

한껏 들뜬 목소리로 전화가 온다. 날씨 너무 좋으니 빨리 밖에 나가자고 호들갑이다. 김밥, 커피 사서 집앞에 대기 할테니 빨리 나오라 한다. 저린 다리를 이끌로 힘을 내어본다. 친구의 활기찬 목소리에 바깥으로 나갈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집에 있는 과자 몇 개 집어들고 후다닥 나가니 기다렸다는 듯 우리 집 앞에 서는 친구의 차를 타고 양평 두물머리로 향했다.

바다로 갈려고 했던 친구는 조금 진정하고 가까운 두물머리로 목적지를 정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남한산성 길을 타고 가서 나무와 산을 보면서 눈이 정화되는 곳으로 달렸다. 날씨가 맑고 좋아서 더 아름답게 보이는 산세이다.

가는 내내 그동안 못디한 수다를 떠느라 까르르 웃으며 즐거운 시간 이었다. 며칠 못 만나면 입이 간질 간질 하다. 두물머리에 도착하니 사람도 많이 없고 산책하기 딱 좋았다.

두물머리 왔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액자 가 있는 곳과 풍경이 좋은 곳마다 들르며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 보면서 웃는 제대로 힐링 시간이었다.



걷다보니 모자와 핀과 악세서리 파는 가게가 있어서 구경하다가 친구는 나에게 꽃모양의 예쁜 머리끈을 선물해 주었다.

오늘 김밥, 커피, 운전, 머리핀까지 많은 선물을 받아 두물머리 오면 꼭 먹어보아야 할 연핫도그는 내가 샀다. 동네에서 먹던 핫도그와는 다르게 반죽에 연이 들어가서 그런지 부그럽고 소화가 잘 되는 느낌이었다. 매콤한 소시지는 개운한 맛을 더했다.

뒤에 일정이 있기에 잠깐의 여유만 즐기고 돌아가야 한다. 가는 길에 라벤더 화분을 살려고 하는데 장사수단이 있는 할머니가 5만원을 드리니 거스름돈은 안주고 라벤더 2개에 5만원에 준다고 하신다. 막무가내로 5천원씩 깍아준 가격이었지만 순식간에 기지를 발휘하심에 친구에게 한개는 선물로 주었다.

할머니 덕에 친구에게 선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했다. 친구는 화분을 안키우는데 라벤더는 잘 키워 보겠다고 다짐한다. 나도 우리집 로즈마리 옆에 라벤더 하나 둘 생각하니 설레였다.


허브과 식물이 많아진 우리집 베란다에 좋은 향이 느껴지고 눈호강이 되었다.

두물머리 산책과 친구와의 휴식은 며칠간의 연휴동안에는 잘 느껴보지 못한 온전한 힐링 시간이었다. 깍쟁이 할머니의 라벤더 조차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짧은 4시간의 힐링 타임은 제대로된 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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