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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환정 Sep 30. 2023

어쩌면 대한민국의 모든 곳, 서울

 아직 결혼 전이었던 시절만 해도 서울을 여행 목적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태어나고 자라고 회사생활을 하던 그곳은 지루한 생활공간일 뿐이었으니까. 물론 종종 재미있는 일들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때때로 집 근처에서 크고 작은 문화행사들이 있었고 퇴근길에 들러볼 생각이 드는 전시회들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생활이 우선이었기에 실제 참여한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을 벗어나 살기 시작하자 그때의 그 일상들이 너무나 특별한 것이 되어버렸다. 물론 통영에서의 생활이 주는 만족감도 상당히 크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그것과는 종류가 다르다. 나는 편식하지 않는 훌륭한 어른이기 때문에 자연이 아닌 인공적 기획이나 작품들도 가끔씩 섭취해주어야 했지만, 이른바 아트 필름을 상영하는 가장 가까운 극장이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곳에서는 그런 호사를 누리기 쉽지 않았다.      


다양한 컨텐츠들에 대한 욕망은, 비단 그것을 경험해 본 어른들에게만 불만족을 유발하는 건 아니었다. 유튜브로 세상을 알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서울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곳이었다. 물론 엄마 아빠의 취향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곳들이 많았지만, 언젠가는 한 번 가게 될 놀이동산과 과학관을 비롯한 다양한 전시시설 등에 대해서는 마음의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위해 도착한 서울은, 내가 알던 그곳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주차였다. 지방에서의 주차는, 목적지와 가까운 유료 주차장에 들어가느냐 조금 걷더라도 돈을 내지 않아도 좋을 곳을 찾느냐를 정하면 됐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비록 주차장을 운영 중인 곳이라 하더라도 그곳에 주차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그래서 주차만 할 수 있다면 한 시간 동안 밥 한 끼에 준하는 주차요금도 고맙게 지불해야 했다. 서울에 살 때는 아직 차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했던 놀라운 사실들이었다.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긴 했다.      


하지만 아직 취학 전의 아이들이 여름과 겨울의 도시 한복판을 대중교통만으로 오가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하철역과 붙어 있는 롯데월드에도 굳이 차를 가지고 가야 했다. 물론 돌아올 때 녹초가 된 아이들을 건사하기 위해서라도 운전을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긴 했다. 덕분에, 매번 지하철만 타고 다니던 그곳을 뒷자리에 아이들을 태우고 찾아가는 감회(?)도 느낄 수 있었으니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름에 그곳을 방문한 것은 나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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