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동굴 밖으로 흘러나왔습니다.(1.17)

by 초곰돌이

2026년 1월 17일 토요일



토요일 아침 햇살은 밝았지만 쉽게 눈을 뜰 수 없었습니다.


온수 매트의 따뜻함이 온몸을 감싸 안은 이불 속 공간이 너무 포근했기 때문입니다.


일찍 일어나려고 했던 지난밤의 다짐은 그 따스함에 봄과 인사한 눈사람처럼 금세 녹아내려버렸고 이내 다시 잠에 들고 말았습니다.


일어나야 한다는 냉정과 지금이 좋다는 열정 사이에 고민을 거듭하였지만 결국 나중에는 냉정이 승리의 깃발을 차지했습니다.


밥을 먹기도 그렇다고 먹지 않기도 애매한 시간에 무언가 먹는 것을 우리는 브런치라고 부릅니다.


가볍게 버터에 구운 식빵을 입속에 넣으며 지난밤 주렸던 배를 채워봅니다.


그리고 더 늦어지기 전에 에코백 속에 맥북과 아이패드를 챙겨 집 밖으로 나섰습니다.


오늘은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 근처가 아닌 탄방동에 있는 카페로 목적지를 바꿔보았습니다.


직각으로 세워진 의자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그 어색함은 금방 사라지고 흰색 화면 위에 점점 채워지는 글자들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채 두 시간을 지난 일상들에 대한 사실과 생각들을 가장한 글쓰기로 가득 채웠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마당 화단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사뿐히 내려앉아 볼일을 보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며 카페 안에 앉은 사람들이 지저귀는 이야기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그렇게 우리만의 시간을 각자 즐겼습니다.


글이 미치도록 써지지 않는 날이 있고 오늘처럼 쑥쑥 글이 흘러가는 날이 있습니다.


매일 이런 날들이 계속되었으면 매우 좋겠지만 동굴 속에 갇혀 메아리치는 외침처럼 생각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다행히 카페에 오면 그 소리는 비교적 쉽게 키보드로 옮겨져 유형화되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글을 읽어보며 이만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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