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넘어가던 어제 저녁. 차창으로 내게 날아들었다. 주워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이 가을을 당신께 드립니다.”라고 내밀었더니. 이 벌레 먹은 낙엽을 누가 받겠나? 온전치 못한 나의 낙엽은 그만 우스개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도 인연이라 다시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오늘 아침 뜬금없이 생각이 나서, 얼른 꺼내어 보니 마른 잎은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다. 나무와 땅을 떠나니 잎이 스스로 마르기를 재촉했나 보다. 하릴없이 나뭇잎을 쳐다본다.
야멸찬 벌레 지난 자리 구멍이 송송하고, 아직 남은 정교한 잎맥 사이엔 온통 검버섯. 아~ 내가 선물하려던 가을의 실체가 이러했구나. 어제는 그런 가을을 색에 현혹되어 아름답다 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