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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민 Dec 24. 2022

경계 / 힐튼 아난티코브

도시와 건축을 말하다


나는 그 앞에서 항상 이중적이 된다.    

  

1. 해안에 바짝 다가앉은 걸 보니, 풍경을 독점해 보려던 자본의 위세가 제법 극성이었다. 반면, 그대로 볼 수 없었던 시민들의 외침 또한 도저히 묻어 둘 수 없었던 것. 생각대로 경계는 긴장으로 아슬아슬할 것이다. 그러한 투쟁 아닌 투쟁이 이 도시에서 다반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2. 높은 하늘과 푸른 바다. 생각을 바꾸어 다시 풍경을 본다. 드러낸 자만과 감춘 위화감이 긴박하게 충돌할 것만 같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묘한 평화를 이루어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이란 꽤 조화로운 존재다. 매우 민주적 상황이라 할까? 각자의 생각대로 구경하고, 산책하고, 운동하고 또 사유한다. 위안하며 나도 그 무리에 들었다. 경계란 내 마음에만 있었던 것일까?     


3. 건물 앞에서 건축가는 항상 이중적이다. 다시 시민으로 돌아온다. 과연 내 생각은 옳았을까? 뜬금없이 떠 오른 표정들. 화려하고 큰 건물을 바라보며 걷는 품격있는(?)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씁쓰레한 얼굴. 그 앞에서는 감히 소풍 돗자리 하나 깔지 못하게 된 슬픈 시민의 얼굴이 내내 맴돈다. 오직 숨죽이고 걷기만 해야 하는 시민. 담을 치지 않았다 하여 경계는 없는가? 감춘 위화감이 곧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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