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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Nov 19. 2021

손톱처럼 자라나는 슬픔이 나아질까 봐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슬픔이 나아질까 봐. 손톱처럼 자란 마음을 바라보면서, 나뭇잎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슬픔이 나아질까 봐. 나뭇잎이 지워진 자리마다 허공의 별똥별 자리. 그리고 한 뼘 남짓의 겨울. 자랄 만큼 자란 슬픔은 어느새 배를 깔고 바닥을 기어 다닌다. 이 계절을 막아선다. 너무 웃자란 눈물. 어릴 적 혼자된 엄마가 혼자서 우는 모습을 혼자서 훔쳐본 일이 있다. 밥을 먹다 말고는 숟가락을 놓으며, 난 눈물 많은 여자는 만나지 않을 거예요. 그래, 그래라. 그게 이 겨울, 할 일이란다. 네가 태어난 이유란다. 두통의 원인이란다. 왜 아버지랑 그렇게 지지고 볶고 사셨어요? 헤어질 시간조차 없었다. 네가 태어났다. 제가 두통의 원인이에요? 삶은 지끈지끈해도, 네 아부지는 좋은 사람이었다. 사랑이 뭔지는 아세요. 내가 배우지는 못했어도,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미쳐서 날뛸 날이 온다는 것은 안다. 엄마, 약은 챙겨 드셨어요. 다 쓸데없고, 저기 저 나무를 보아라. 죽지 못해 살고 있잖니. 죽어서도 살잖니. 나는 눈물 많은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 오늘도 눈물을 흘리는 한 여자를 지키고 있다. 손톱처럼 자라나는 슬픔이 달아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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