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형준 Feb 09. 2019

밀레시얼 세대를 글로 배우는 분들에게

[이형준의 모티브 58]

설 연휴 하면 예전에는 용돈을 받아서 좋았는데, 이제는 양쪽 집의 어른들, 아이들 세뱃돈을 준비해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이는 즐기기 보다 준비하거나 챙겨야 할 것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간만에 얼굴보기 어려웠던 친척들을 만나게 되면 반가운 마음도 있지만 어색하거나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렸을 때 어른들을 만나면 꼭 물어보시는 것이 있었다. 공부는 잘하니? 학교에서 몇 등하니? 시간이 지나서는, 회사는 어떠니? 돈은 잘 버니? 결혼은? 꼭 이런 질문은 머피의 법칙처럼 해당사항이 안 좋을때 기가 막히게 물어보신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 갈텐데, 가까운 어른이나 친척분이 그러시면 참 난감했었다.  


시간이 지나도 이런 행동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잔소리 메뉴판’이 돌았다. 앞의 질문을 하려면 용돈을 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 여겨지지만 확실히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우리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연휴를 앞두고 강의를 준비하면서 많이 요청받은 부분이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는 그 만큼 달라진 신세대를 다루기도 어렵고, 함께 일하며 성과를 내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 Allian Benstein

밀레니얼 세대는 Y세대라고도 불리우는 X세대 이후의 세대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1980년 부터 2000년까지 출생한 세대를 주로 일컫으며, 이중 90년대 생들 지금 나이로 30살을 기준으로 그보다 어린 친구들이 밀레니얼 세대로서 특징이 더욱 도드라진다고도 하고, Z세대라고 따로 분류 하기도 한다. 


이들은 보통 집안에 독자이거나 한 명의 아이가 더 있는 정도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지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커왔다. 학원이나 학교를 다니며 참가상을 포함해 수 많은 상을 받으며 남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거나 인정받는데 익숙하다. 97년에 있었던 IMF를 직간접적으로 겪으면서 조직이 개인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들었다.  


어려서부터 컴퓨터나 통신매체를 쓰면서 IT 활용 능력이 뛰어나며, 조기 영어교육과 어학 연수를 통해 외국어 능력이 기성세대보다 탁월하다. 그러다 보니 자료 검색이나 해외여행에 막힘이 없다. 공부하기에 바빠서 단체 생활을 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움직이거나 한두명과 어울리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편하다.    


그런데, 이런 것을 안다고 밀레니얼 세대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나는 나, X세대다. 20년 전 회사를 들어갈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전후 세대가 보았을 때는 자신들에 비해서 자기 주장이 뚜렷한 우리 세대가 어려웠었나 보다. 그래서 신세대와 어울리려면 서태지와 아이들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부장님들은 ‘난 알아요’ 가사를 외우고 랩을 연습했다.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난다. 


결과는 어땠는가? 노래를 잘 부르는 부장님이 꼭 좋은 선배님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일은 일대로 시켰고, 잘난척은 끝이 없었다. 잘 되면 자기 덕이고, 문제는 후배들 몫이었다. 겉으로는 카리스마 넘치고 일 잘하는 분처럼 보여도 그런 분들 주변에 사람은 없었다.  


밀레니얼 세대를 알려고 갑분싸를 외우고, 병맛 코드와 급식체를 익힌다고 해도 노력은 가상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조직에서 누군가와 일할 때 사람은 이성과 감정으로 움직인다. (논의를 집중하기 위해 신체나 다른 부분은 제외하자) 그동안 회사에서는 효율적인 관리와 과학적인 접근을 위해 이성으로 생각하고 일 하는 부분을 중시했다. 사람을 인간으로 보기보다 기계라고 가정하고 계산했다. 감정은 숨기고, 감춰야 하는 부분, 여리고 약한 부분으로 치부해왔다. 조직을 빨리 성장시키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이성적으로 맞다 틀리다 만 따지고, 그것을 듣거나 이야기하는 감정에 대해서는 챙기거나 다루지 않았다. 무시했다. 


하지만, 사람은 감정으로 움직인다. 감정이 본질이고, 이성이 껍데기다. 이성이 사람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판단하고 답을 주지만 감정이라는 본능을 제어할 힘은 없다. 기존에는 사람은 이성에 따라 움직이는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사람은 감정으로 행동하면서 이성으로 이유를 찾는다고 말한다. 


뇌를 연구하는 생리학자들은 감정을 관할하는 변연계 limbic brain는 생명을 관할하는 동물적인 부분이고, 이성을 담당하는 신피질 neocortex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진화된 부분이라고 말한다. 이는 감정이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질이고, 이성은 인간에게 추가된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질을 건드려야 진짜를 건드리는 것이다. 사람은 감정을 챙겨줘야 진정 그를 알아준다는 느낌이 든다. 그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말해주는 공감이 아주 중요하다는 뜻이다. 상대 감정의 변화를 캐치하고 그것으로 인한 내 감정까지 말해주는 것이 공감이다.”누구씨, 오늘 너무 행복해보이네. 덕분에 나도 기분이 좋아져”,  “막내야, 네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니 걱정된다. 무슨 일이 있었니?” 


이성의 영역인 의견과 행동은 다를 수 있다. 누구나 의견은 다를 수 있고, 일 하다 보면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은 항상 옳다. 배고프고나 졸린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개인의 본질인 감정을 알아주지 않고 지지해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무시받는 느낌이 든다. 이런 시간이 지속되면 사람은 주눅이 들고, 의욕을 잃게 된다.  


배터리가 떨어진 핸드폰은 작동하지 않는다. 그 핸드폰이 아무리 최신 기종이고 최고의 기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쓸 수 없게 된다. 똑같다. 사람도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주지 않으면 그를 충전시킬 수 없고, 그의 능력치를 충분히 쓸 수 없다. 
 


밀레니얼 세대를 글로 배우시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감정이 핵심'이다. 앞에 밀레니얼 세대를 빼도 똑같다. 본질은 감정이다. 상사에게도 동료에게도 후배에게도 잘 지내고 뛰어난 성과를 내려면 감정을 알아봐줘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감정표현은 어렵다. 배운적도 해본적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을 해주는 사람이 소중한 존재가 된다. 내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존재가 된다. 가족 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된다. 한번 해보시라. 복 많이 받을 것이다. 


© Impact Branding & Design


이전 25화 공부가 성공의 비결이 아니라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