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나의 삶
내가 푸껫에서 치앙마이까지( 약 1.500Km ) 여행을 다녔던 이유는 2가지이다. 첫 번째 매력은 날씨이다. 가장 더운 남쪽에서 가장 추운 북쪽으로 여행하는 매력이 있다. 그것도 자동차로 이동을 하면 무척 드라마틱한 추억이 된다. 같은 나라안에 다른 도시들을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비행기로 다닐 때 보지 못하는 거리의 진 풍경들을 볼 수 있고 지나가는 도시마다 특색 있는 사람들의 삶의 개성이 드러난다. 같은 시차 속에 다른 도시들의 삶은 각각 다르게 돌아가고 사람이 다르고. 음식이 다르고, 날씨가 달라서 같은 나라이지만 전혀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끔은 이틀 안에 세 개의 계절을 동시에 만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커피이다. 커피농장을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태국의 아라비카 커피는 전 세계로 수출된다. 내가 태국의 신선한 커피맛에 처음으로 매료가 된 것은 2006년도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가 생겼다. 글쓰기이다. 치앙마이에서 '3달 동안 글쓰기'는 2025년 꿈의 목표이다. 생각만 해도 설렌다.
12월의 치앙마이는 눈부시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길이 잘 닦여있는 평지이다. 달리는 동안 시시각각 변하는 가로수의 풍경과 집들의 색깔이 황홀하기 그지없다. 일일이 사진을 찍는 행동보다는 스쳐 지나가는 여정의 순간들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차는 보통 시속 60-100km를 달리게 되어 있고 중간에 통행료(Easy Pass)는 내는 곳이 꽤 많다. 아침 일찍 신선한 공기를 폐에 충전하고 우리는 아마존 카페로 향한다. 태국의 PTT 주유소안에는 아마존 카페가 있어야 하는 것이 규정이다. 다른 주유서 안에는 다른 카페 브랜드가 있다. 주유소 안에 위치한 편의점에는 24시간 내내 알코올을 판매하는 것이 법으로 제한되어 있다. 태국에서는 장거리를 달릴 때 주유소가 바로 휴게실 개념인데 제법 큰 공간 안에 술을 제외한 웬만한 먹거리와 살 거리가 있고 운전하다가 하루 밤 잘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곳도 볼 수 있다. 간단한 쇼핑이나 운동복, 신발 등을 살 수 있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고 농산물 판매장 같은 곳에서 천연 꿀이나 노니등을 잊지 않고 구입해서 차에 싣는다. 간단히 먹고 싶을 때에는 쌀국수를, 패스트푸드와 버거킹, 맥도널드, KFC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태국에서는 현지음식과 디저트 등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야외 식당들을 골고루 구경해 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이다.(코로나 기간에 많이 폐업되었다.) 우리는 차 주유와 카페인 급 충전 이 필요했다.. Amazon coffee shop에 도착했다.
라테 앤 사이 야이 마이완 쏭 깨오 너이 카!~ (Two Ice latte big size, no sugar please!~)
싸이 퉁 너이 카!/ 아오 깝밥 나카! (Take away please!)
커 - 너이 나 카 (please do me a something) -
- "무엇 무엇을 해 주세요"라는 말로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는 문장이다.
커 - 남 너이 카! (물 좀 주세요)
커 - 남캉 너이 카!(얼음 좀 갖다 주세요)
커 - 아메리카노 앤 마이 완 너이 카!(아이스 아메리카노 달지 않게 만들어 주세요)
나만의 여행 철학 이 있다.
'물질적 소비'보다는 '경험적 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인데, 예를 들어서 내 회사 동료 후배는 여행은 가고 싶지만 항상 준비가 안 되었다고 말한다. 그 친구의 여행 철학은, 계획한 여행지는 항상 날씨가 좋을 때 출발 해야 하고, 여자 친구와 함께 가야 하며, 근사한 옷과 가방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럴 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마치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기 위해서 집을 준비하고 차를 사고 폼나는 사진을 위해 옷과 명품을 사 들이는 이치와도 같다. 여행은 내가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용기이다. 그것이 자유이고, 여행이다.(단,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다.) 결국에는 허니문 여행 대신에 차를 구입했고 새로 산 호화로운 BMW를 자랑하는 것은 잠시 기뻤지만 이제는 그저 직장에 오갈 때 이용하는 교통수단일 뿐이다. 사람은 여행을 가서 소소하게 얻은 체험이나 또는 문화적으로 크게 충격을 받은 경험들은(개인적으로 나는 시도 때도 없는 모험을 좋아했다.) 마음에 오래 남으며,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차원적인 불편함'(숙소의 불편한 잠자리, 느린 인터넷, 벌레나 개미 같은..)은 잠시 잊고 '고차원적인 즐거움'(놀라운 일출 광경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음식맛의 감동, 새로운 사람들과의 여행지 공감 등등)을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나의 지인들 중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하는 우리 부부를 이해하지 못한다. 비행기로 1시간 거리를 굳이 10시간-20시간을 달리는지를... 알지 못한다. 적어도 목적지까지의 이동속도가 '빨리빨리'가 목적이라면 그들에게 느린 인생 여정은 지루한 여행이 될 뿐이다.(느림의 순간에서 얻어지는 소소한 행복을 누릴 여유를 안다면, 살아가는 여정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우리는 둘 다 운전을 좋아하고 여행 도중 낯선 장소에 도착해 그 동네만의 느낌을 충분히 공감하는 것을 즐긴다. 때로는 음식이 맛이 별로일 수도 있고 잠자리가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다 괜찮은 커피라도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한없이 기뻐진다.
치앙마이커피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자. 태국의 아라비카 품종의 커피는 고산지대가 많은 치아마이와 치앙라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고도 1,500미터 이상에 위치하며 커피뿐만 아니라 차와 다양한 유기농 과일들을 함께 재배를 한다. 잎사귀가 큰 나무(Shade Tree)들이 자연스럽게 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으며 생두는 더 단단하게 익어간다. 커피의 체리는 수확기간에 맞게 비가 일정하게 내려야 한다, 왜냐면 여러 번 커피 체리를 수확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기 때문에 불규칙적인 강우량은 커피 체리가 성숙해 가는 과정의 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제 각각이 된다. 치앙마이의 깨끗한 환경과 기후, 훌륭한 재배 조건들(Terroir)을 기반으로 한 태국의 커피시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태국의 커피 농장들은 76개의 주 중에서 가장 북단에 위치한 산간 지역으로 유기농 비료만을 쓰고 있는 커피 농장들이 많다. 상업용 블랜딩 커피도 있지만 생산량이 적지만 유기농 시그니쳐 커피를 탄생시키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치앙라이산 원두의 특징은 대부분 Dark Roasting 방식으로 탄생하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커피의 맛의 풍미(Body)는 깊고, 커피를 마신 후 제일 마지막에 나타나는 맛(After)이 깔끔한 장점이 있다.
이번 여행은 커피 농장 방문은 건너뛰기로 했다. 기후위기 때문에 커피 농사가 잘 안 된 곳이 많았다고 하는데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일부 농장들은 코로나 기간 동안 폐업을 해서 아직 재 방문이 안 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5일 동안 쉬지 않고 카페투어를 하고 있으니, 몸속에 쌓여있는 카페인이 다 분해가 되려면 15일은 걸릴 것 같다.(나는 하루에 4~5잔 섭취로 하루 카페인 권장량을 이미 초과하고 있다) 웬만하면 나는 매일 잠들 때까지 커피를 마셔도 5분 안에 잠이 드는데 그 궁금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료에 의하면, 커피를 매일 3잔씩 마시던 사람이 4잔을 마신다고 각성 효과가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고 이미 몸속에 카페인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 수면의 질에 크게 방해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3잔을 마시든 4잔을 마시든 몸에서 느끼는 효과나 반응은 같다는 것이다. 오늘 밤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도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을 구경하느라 안 자도 그만이라는 기분 좋은 농담을 남편에게 던졌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책을 10분간 보고 숙소 근처에서 오전에 마사지를 받았다. 오전에는 주로 예약 없이 갈 수 있는 곳이 많다. 마사지가 끝나고 주는 차를 마셨는데 그 차 맛이 너무 향긋해서 저절로 힐링이 되었다. 우리는 브런치로 한 끼를 해결하고 싼캄팽 온천으로 이동했다. 치앙마이 북 동쪽으로 약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데 태국 관광청에서 직접 운영한다. 물에 온도는 별로 높지 않으나 유황 함유량이 높고 피부 질환 치료에 그만이다. 온천욕+ 마사지 또는 족욕+삶은 달걀 체험 이 2가지로도 만족한다.(치앙마이 한 달 살기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치앙마이 마지막날인 오늘 오후 주말 야시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오전에는 남편과 어제 갔던 가게로 가서 마사지를 한번 더 받았다.(마사지 보다 차를 마시러 간 것이다) 이번에는 주인장이 직접 커피와 차를 내려 주었고 우연찮게 짧은 대화가 긴 이야기로 이어졌다. 내가 태국 말을 이렇게 잘했던 건가?(착각은 자유이지...). 이렇게 태국말로 길게 얘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주인장은 우리 부부에게 다음에 또 방문해 달라고 하면서 나가는 길에 파파야 주스를 가면서 먹으라며 하나 더 만들어 봉지에 넣어 주었다(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공짜 서비스이다).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그냥 난 이런 느낌이 좋다. 공짜로 받은 주스 때문이 아니고 내가 준 마사지 팁 때문도 아니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유쾌한 대화. 짧지만 감동적인 추억들을 마음에 담는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차로 돌아와 보조석에서 파파야 주스를 음미하면서 마셨다. 여태껏 내가 먹어본 파파야 중 가장 맛이 있었다.
어제 온천을 해서인지 몸이 너무 상쾌한 것이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야시장 방문 전에 치앙마이 꽃 축제 장소에서 우연히 한국에서 살 때 알던 지인들을 만났다. 성은 모르겠고 이름이 '순이'였는데 관리를 잘했는지 얼굴이 옛날 그대로였다. 별로 친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갑자기 폭풍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순이 씨 : "어머, 치앙마이에서 뭐 해 먹고살아요?" "고향이 어디였죠?"
나 : "네, 저희는 여기 놀러 왔고 지금은 방콕에 삽니다."
순이 씨 : "아, 살기에는 방콕이 좋아요? 치앙마이가 좋아요???"
나 : "... 저희는 푸껫을 제일 오래 살아서,, 치앙마이는 잘 몰라서요...",
남편 : "1년에 한 번 정도 치앙마이에 휴가를 옵니다."
순이 씨 : "아, 그럼 푸껫이랑 방콕 중에 어디가 살기 편한가요? "
순이 씨 지인 : "한 달에 생활비는 얼마나 나가요???"
.....,,,...
순이 씨 : 그럼, 그 정도 생활비 나가면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이사 오면 더 좋겠네요. 하하하...
순이 씨의 자문자답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은 벌써 앞장서서 저만큼 가고 있었고 나는 종종걸음으로 예쁜 꽃들을 사진에 담았다.
치앙마이로? 나이가 더 들면 노후에 한번 길게 살아보고 싶은 도시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고, 거리에는 음악이 넘쳐나고 예술이 있는 도시, 그리고 자연 속에서 힐링 요가를 하고 글쓰기를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자 방금 만난 지인의 목소리가 매몰차게 메아리쳐서 돌아왔다. "치앙마이에서 뭐 해 먹고 살아요?" 그건 나도 모른다. 내일 새벽에 체크 아웃하고 빠이로 이동한다는 사실만 알뿐!!!
사와디 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