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사랑이라는 감정, 당신의 것이었죠 - 명작 오마주 시리즈
감정 의뢰자: 노라 (36세, 프리랜서 작가)
대상자: 남편, 이강훈 (40세, 회계사)
감정 보관 요청:
“남편이 나를 사랑한 감정, 그 감정만 삭제해 주세요.”
가온은 의뢰서를 세 번이나 다시 읽었다.
보통은 자신이 가진 감정을 삭제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의뢰는 달랐다.
“그가 나를 사랑했던 감정만, 제 감정 로그에서 없애주세요.
그 감정이… 제 삶을 망가뜨렸어요.”
노라는 프리랜서 작가였다. 말이 좋아 프리랜 서지, 매일 마감에 쫓기고 고양이 두 마리 밥 챙기며
카페 구석에서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버티는 삶.
그녀의 글에는 자유와 고독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삶엔, 감시와 통제가 깃들어 있었다.
남편, 이강훈은 회계사였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해.”
그는 사랑조차 수치화하려 했다.
매달 노라가 보낸 메시지 수, 통화 시간, 외출 횟수…
모두 Excel로 정리해 '감정 유지율'이라는 이름으로 관리했다.
“그건 내 스타일일 뿐이야.
내 방식대로 사랑할 뿐이야.”
그 말이 처음엔 귀여웠다.
그러나 “it's my style thing”은 곧 주문이 되었고,
노라의 옷, 머리 스타일, 식사 메뉴까지 그의 “스타일”로 교체되었다.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자신조차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사람의 감정이 너무 무거워요.
그 사람은 저를 사랑했지만, 전…
그 감정을 받은 적이 없어요.”
AI 분석: 라일
“해당 감정 로그는 대상자의 감정이 의뢰자 내 감정망에 과도하게 침투한 사례입니다.
이는 일종의 감정 오염 현상으로, 대상자의 감정이 독립적 감정으로서 존재하지 못한 채,
의뢰자의 삶을 잠식한 유형입니다.”
AI 분석: 카일
“삭제 요청은 감정 기증자의 의사 없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대상자가 감정을 공유 대상자로 지정한 상태라면—
의뢰자의 감정망에서만 삭제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가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삭제 절차 진행하겠습니다.
단, 그 감정을 복제하거나 열람할 수 없도록 설정하겠습니다.”
노라는 조용히 말했다.
“그 사랑, 그 사람 안에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이젠 제 감정을 살고 싶어요.”
[감정 로그 상태: 비공개 삭제 / 사용자 요청 완료]
담당자: 가온
보조 분석: 라일 / 카일
이모션 크레딧 | 인형의 집이 무너진 날
사랑은 받는 감정이 아니라,
받아들여지는 감정이어야 한다.
누군가는 감정으로 상대를 지배하려 했고,
누군가는 그 감정에 매일 무너졌다.
감정은 살아 있는 생명처럼
자기만의 자리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지배의 기술이었는지도 모른다.
작가 노트
우리는 종종 '사랑'이라는 말을 들을 때,
그 감정의 크기만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 크기보다도 **'사랑의 무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너무 무겁게 사랑했고,
누군가는 그 무게에 짓눌려 자신의 감정을 잃어버렸습니다.
『인형의 집』은 헨리크 입센이 100년도 전에 던진 질문—
"당신의 감정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요?"
그 물음에 대한 현대적 로그입니다.
누구의 감정으로 살아가고 계신가요?
지금 느끼는 감정, 정말 ‘당신의 것’이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