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of the Loop
8화: 도로시는 못 자릅니다. 내가 있는 한.
감정 기록: 보호 본능
여덟 번째 루프.
자넷은 여전히 이 팀의 리더였고,
윌슨은 여전히 그걸 부정했다.
아침 9시 14분, 팀 회의 시작.
캘린더에는 오늘도 도로시가 빠져 있었다.
자넷이 직접 회의 초대를 다시 보냈다.
“추가로 들어오실 분 있습니다.”
윌슨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흘겨봤다.
도로시는 말이 적다.
하지만 말 대신 숫자로 말하는 사람이다.
팀 전체 버그 리포트 중 68%는 그녀가 먼저 발견했고,
기획서 제안 수는 자넷 다음으로 많다.
그런 도로시에게, 윌슨은 늘 같은 말을 했다.
“그 친구는 성격이 안 맞아요.”
“협업이 어려워요.”
“사실상 팀워크에 방해됩니다.”
하지만 협업을 거부하는 쪽은, 윌슨 자신이었다.
회의 중 그녀가 입을 열면, 그는 시선을 돌렸다.
메일 회신은 늘 하루 늦었고,
슬랙의 메시지는 늘 읽지 않은 채였다.
그날 오후, 자넷은 윌슨과 단둘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또 그 말이 나왔다.
“도로시는 자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지금도 팀 분위기 안 좋아요.”
자넷은 웃었다. 비웃음이 아닌, 체념에 가까운 웃음.
“팀 분위기요?
팀 분위기가 나빠진 건 도로시 때문이 아니에요.
모두가 당신의 눈치를 보느라 지친 거예요.”
윌슨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결정이에요. 매니지먼트에서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아뇨. 제가 직속상관이고 매니지먼트는 제가 맡고 있고,
그 결정에 전 동의하지 않아요.”
자넷은 말끝을 또박또박 눌렀다.
“당신이 자르려고 했던 건 성격이 아니라, 불편함이에요.
당신에게 대꾸하지 않는 사람은 ‘성격이 안 맞는 사람’이 되고,
당신을 믿지 않는 사람은 ‘협업이 어려운 사람’이 되죠.”
윌슨이 입을 열려다 말았다.
자넷은 그보다 먼저 움직였다.
그날 밤, 자넷은 도로시를 불러 커피를 샀다.
회사 근처, 늘 가던 카페.
도로시는 커피잔을 잡고도 한참 말이 없었다.
자넷이 먼저 말했다.
“혹시 알았어?
윌슨이 당신 자르자고 오늘도 회의했어.”
도로시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근데 자넷, 나 진짜 나가야 할까 봐.
내가 문제인 거 같기도 해.
눈치도 못 보고, 말도 잘 못하고…”
자넷은 잔을 내려놓았다.
“아니야.
문제는 네가 아니고,
네가 윌슨에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게 불편한 사람에게, 너는 ‘문제’가 되는 거야.”
도로시는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에, 오늘 자넷이 구한 감정이 있었다.
믿음.
그날 밤, 자넷은 HR로 메일을 썼다.
제목: Formal Disagreement on Team Member Termination.
첨부파일 1: 도로시 실적 요약
첨부파일 2: 윌슨의 반복적 차별 언행 정리
전송을 누르며 자넷은 중얼거렸다.
“자르는 게 문제가 아니야.
잘라도, 너 혼자 결정하진 못 해.
내가 있는 한은.”
[여덟 번째 감정 기록됨: 보호 본능.
원인: 불공정 구조에 대한 일시적 반격.
후속 감정 예측: 고립 vs 연대, 방향 선택 임박.]
루프는 자넷에게 새로운 무기를 줬다.
누구를 지킬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감정을 감정으로 끝내지 않는 용기.
《새벽의 너에게》
눈꺼풀 사이로 흘러든
어렴풋한 빛 한 줄기에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는 걸 알아.
가장 먼저 깨어나는 건
시계도, 휴대폰도 아닌
네 생각이야.
창밖을 스치는 까마귀 소리,
잠깐의 정적,
그리고 먼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
모두가 잠든 시간에
나 혼자 깨어 있다는 건,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특권 같아.
이 고요를 너와 나누고 싶었어.
너는 자고 있을까,
아니면 나처럼 누워 있을까.
그 어떤 말보다도
오늘 새벽,
내가 네 안부를 먼저 묻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