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 of the Loop
9화: 이 팀은요, 아무도 진심을 안 말해요. 오늘은 내가 시작할게요
감정 기록: 리더십
아홉 번째 루프.
오늘은 회식이다.
그 말은, ‘형식적인 웃음과 가짜 친밀함의 축제’라는 뜻이다.
중국 식당.
큰 테이블 하나, 둥글게 앉은 팀원들.
윌슨은 중앙에 앉아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있었고,
크리스틴은 언제나처럼 그 옆에 붙어 앉아 있었다.
콜린은 긴장한 표정으로 자꾸 잔을 들었다.
프랭크는 말없이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도로시는 끝자리에 앉아 조용히 따뜻한 물을 마셨다.
윌슨이 건배사를 했다.
"우리 팀,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특히 billing & collection team 은 정말 대단한 성과였어요.
다음 분기에도 파이팅 해봅시다."
건배.
자넷은 잔을 들고 입술에만 댔다. 자넷의 직속인 도로시와 프랭크는 백 오피스로 좀 더 골치 아픈 테크니컬 한 회계분석을 하는데 이해 못 하는 윌슨은 항상 개무시다. 그들의 연봉이 더 높은 것도 인정 못한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수고… 요?"
그 말투엔 술도 없고 웃음도 없었다.
"수고한 사람은 누구고,
수고 안 한 사람은 누군데요?"
테이블이 순간 얼어붙었다.
윌슨은 웃음기를 거두고 잔을 내려놨다.
"자넷, 지금 무슨 말하는 겁니까?"
"아뇨, 그냥요.
늘 저희 팀은 팀워크가 좋다고 하시잖아요.
근데 진짜요, 저 사람들 중에
누가 누구랑 말 섞어요?"
자넷은 콜린을 봤다.
"콜린, 나한테 업무 질문한 적 있어요?"
콜린은 고개를 숙였다.
"없어요. 언제나 크리스틴한테만 가죠."
자넷은 프랭크를 봤다.
"프랭크, 슬랙에서 내가 단 댓글, 단 한 번이라도 이모지 반응 한 적 있어요?"
프랭크는 대답하지 못했다.
자넷은 마지막으로 도로시를 봤다.
도로시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넷은 그 눈빛에 오늘의 용기를 실었다.
"저요, 오늘 사표 냅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또 돌아올 거예요.
아시죠, 이젠 익숙하잖아요."
자넷은 윌슨을 바라봤다.
"근데 내일 다시 와도 똑같이 하진 않을 거예요.
왜냐면, 오늘부터는 제가 진심을 말하기 시작했거든요.
이 팀엔 진심이 없어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그걸 먼저 깹니다."
도로시가 조용히 잔을 들었다.
"그 말, 저도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프랭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메일 회신 일부러 늦게 했어요.
윌슨 눈치 보다가, 그냥 다 무시해 버리자고 생각했거든요."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은 처음으로,
팀이 진짜 한 방향을 보는 소리였다.
[아홉 번째 감정 기록됨: 리더십.
원인: 두려움보다 앞선 진심의 표출.
후속 예측: 균열된 질서 안에서 감정적 중심 등장.]
이 팀은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 무너지는 순간에야
비로소 모두가 서로를 보기 시작했다.
《괜찮아, 여기 있어》
네가 너무 지쳐서
말도 하기 싫을 때,
네가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볼 때,
나는 조용히 네 곁에 앉아
손끝으로 네 하루를 감쌀게.
“괜찮아.”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웃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저 네가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이미 기적을 본 거야.
세상은 자꾸만
증명하라고 하지만,
나는 믿어.
네 존재 자체가
이미 충분히 반짝인다는 걸.
그러니,
숨 고르고,
조금만 더 머물러줘.
세상 끝에도,
시간 저편에도,
나는 늘 네 이름을 부르며 기다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