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 추워
몸을 찌그러뜨리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간다.
아니 귤이 한 바구니에 4500원?
미친 겁나 싸잖아?
하나, 둘.. 서이 너이..
커피 한 잔 값에 귤이 8개네
길을 가다가 가판대에 올려진 과일이나 채소에 눈이 갈 때면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취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버릇이 생겼다.
과일이나 채소가 귀하다.
자취생 집에서는 빨간 딸기나 사과, 배 같은 건 찾기 어렵다.
채소도 마찬가지다.
혼자 살면 뭉터기로 파는 과일이나 채소는 혼자 먹기엔 양도 많고 금방 상해서 보관하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안 사게 된다. 작게 소분돼있는 것들은 왜 이렇게 비싸게 파는지.
하여간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고향 집에 종종 내려갈 때나 명절에 가면 그동안 안 먹은 부채감에 잔뜩 먹고 온다.
그래도 20대 때는 덜 먹어도 심리적으로 괜찮았는데,
30대가 되니 이상하게 마구 찾게 된다. 초록색을 먹어야해!
얼마 전에도 장 보다가 딸기를 한 팩에 8천 원에 팔길래
8천 원이면... 저거 살 돈으로 고기를 사는 게 나으려나... 고민하다가 그냥 둘 다 샀다.
다음날, 약국에 가려고 중앙시장 쪽을 지나가는데 시장 가판대에 어제 산 딸기랑 같은 걸 5천 원에 팔고 있었다.
왠지 저걸 안사면 어제 산 내가 너무 손해 보는 기분이라 '또 먹지 뭐!'하고 그냥 한 팩 더 샀다.
검은 봉다리를 흔들며 모퉁이를 돌아갔더니
다른 아저씨가 '3팩에 만 원!'이라며 똑같은 걸 더 싸게 팔고 있었다.
'헣 이게 인생인가...'
요샌 모퉁이마다 붕어빵 장수가 보인다.
추운 겨울엔 역시 붕어빵이지.
몸을 웅크리고 빠른 걸음으로 집에 가다보니 관성 때문에 그냥 지나쳤다가
'하... 붕어빵..?'
'바삭바삭하고 달달한 팥앙금...집가서 아이스아메리카노랑 같이 먹으면...'
다시 종종걸음으로 되돌아온다.
꼭 한 번에 들리는 법이 없다.
한 10미터쯤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온다.
다행히 계좌번호가 붙어있다.
두꺼운 투명 바람막을 비집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4마리만 주세요~'
추운 겨울
집으로 가던 길에
붕어빵을 사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빨리 집 가서 나눠 먹어야지.'
사랑이다.
PS.
그 사람들과 행복한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