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morMio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OB Oct 15. 2017

이별후애

'그러지말걸' 하는게 지금 수천가지나 떠올라.

 


 여행가이드 게리(빈스 본)와 갤러리 큐레이터(제니퍼 애니스톤) 브룩은 야구경기를 관람하다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사실 첫 눈에 반한 것은 게리였지만, 유쾌한 게리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브룩 또한 그에게 금세 빠지고 만다. 그러나 꿈처럼 행복했던 날들도 잠시. 일 밖에 모르고 자기중심적인 게리에게 브룩은 점점 지쳐가고, 매일 계속되는 브룩의 잔소리와 서로 안맞는 부분 때문에 지쳤던 게리도 폭발하게 된다. 결국, 브룩은 게리에게 이별을 고한다. 사실 정말로 게리와 헤어지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늘 자신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는 게리에게 일종의 충격 같은 것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브룩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새로운 데이트 상대로 남자들을 갈아치우는 브룩에 게리는 스트립 파티로 응수하고 오해에 오해가 쌓여 결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모든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때에는 이미 늦었었다. 브룩은 둘 사이를 만회하고자 콘서트 티켓을 내밀었지만 게리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콘서트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뒤늦게 브룩의 마음을 안 게리가 둘만을 위한 만찬을 준비했지만 게리는 이미 자신의 마음이 이미 돌아섰음을 말한다. 그리고 약속한듯이 둘이 함께 살던 집은 다른 사람에게 매각되고 둘은 서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게리는 여행사업을 확장해나가고, 브룩은 하던 일을 그만두고 긴 여행을 떠난다. 시간이 오래 지난 후, 둘은 시카고의 어느 길거리에서 우연처럼 만나게 되고 반갑지만 어색한, 할 말이 많지만 다 하지 못하는, 어색함을 뒤로 한 채 멀어져 간다.







 사람의 수 만큼이나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랑이 존재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이별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문화와 나이, 인종을 불문하고 큰 차이가 없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이별할때 그토록 구질구질하고 유치해지는 것일까.

 왜 우리는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관계를 망친 뒤에야 후회를 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이별하고 나면 좋은 기억만 떠올라 힘든 것일까.

 왜 우리는 사랑이 끝나고 나서야 그 사랑의 크기를 짐작하게 되는 것일까.


 몇 살 더 어릴때엔 나이가 들면 달라질거라고 생각했다. 몇 번 덜 만나고 이별해봤을때엔 갈수록 쉬워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 먼저 헤어지자고 해놓고 연락을 기다리는 일, 마음에도 없는 상대와 데이트를 하면서 질투를 사는 일, 친구들을 만나서 괜히 꼬투리를 잡아 뒷담화를 하는 일, 술에 진탕취해 전활 걸고, 빈 집 앞에 가서 오래동안 서성이는 일 까지. 몇 번의 연애를 더 해보고, 몇 살 만큼의 나이를 더 먹어도 이별은 여전히 엉망진창이고 어렵다. 그리고... 운명의 힘에 관계의 생사존망을 걸 만큼 어리석은 나이가 지나서일지는 몰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대한 두려움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 '그러지말걸' 하는게 지금 수천가지나 떠올라. "


 둘 사이의 결말을 보여주는 듯한 텅 빈 집 안에서 브룩은 말한다. 마음에 가장 여운이 남는 대사였다. 덕분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한 사람의 얼굴에 수천, 수만가지의 일이 겹쳐서 떠올랐다.

 기회가 된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같이 놀이공원을 못가줘서 미안하다고,

 음악이나 영화 취향을 내 스타일대로 고집해서 미안하다고,

 습관처럼 잔소리를 해서 미안하다고,

 약속시간에 자주 늦어서 미안하다고,

 고맙다는 말을 많이 못해서 미안하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로 상처줘서 미안하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