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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빠 Aug 28. 2019

크르카 국립공원에서의 물놀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6시 30분쯤 스플리트를 산책하였다. 어제의 북적거림은 언제있었냐는 듯 조용하다. 스플리트 수산시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신선한 해산물과 생선들을 구매하러 나온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놀랍게도 한국인 아주머니 몇 분도 생선을 구매하여 간다. (숙소에서 해물탕을 끓여 아침 해 드시려나?) 

아침 산책 후 숙소로 돌아와 조식을 챙겨 먹었다. 매니저에게 '스크램블'도 따로 요청해 속을 든든히 채웠다. 여행도 체력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다녀야 쉽게 지치지 않는다.

스플리트 → 트로기르 → 쉬베닉 → 크르카국립공원까지의 경로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크르카국립공원이 있는 '스크라딘'이다. 가는 길에 트로기르와 시베니크를 잠시 들릴 예정이다.


트로기르
크로아티아 본토와 치오보섬 사이에 있는 작은 섬으로 '트로기르'라는 지명은 그리스어로 숫 염소를 뜻하는 '트라고스'(tragos)에서 유래하였다. 1997년 트로기르 역사 도시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에 선정되었다. 
트로기르는 헬레니즘 양식과 로마 양식의 건물이 있는 도시 배치 계획으로 건축된 중세 도시의 완벽한 사례이다. 이곳은 이례적으로 현대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며 옛 도시적 요소를 보존해 오고 있다.
주차장과 섬을 연결하여 주는 다리

운전 후 얼마되지 않아 트로기르에 도착하였다. 땡볕 내리 쬐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작은 다리를 건너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Crkva Sv.Mihovila
로지아 시계탑
성 로렌스 성당
골목길 안쪽에서 직접 그린 그림을 판매 중이다

유럽 여행 중에는 골목길 한 켠에서 직접 그린 그림을 전시/판매 중인 화가를 종종 만날 수 있다. 대동소이한 소품들로 가득한 기념품 가게들과 달리 여행지의 특색을 담은 그림이 많아 유니크하고 개성있어 보기를 좋아한다. (여행 중 만난 거리 미술)

트로기르는 시가지 규모가 작고 화려하지 않아 오히려 정감가는 곳이었다. 덕분에 무더위에 지치지 않고 부담없이 둘러 볼 수 있었다. 주차장에 돌아와 차를 타니 찜통 사우나가 따로 없다. 차창을 활짝 열어 환기시킨 후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쉬베닉으로 이동한다.



시베니크(Sibenik)
크르카 국립공원에서 내려 온 강물이 시베니크를 거쳐 아드리아해로 흘러들면서 형성된 해안 도시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성 야고보 대성당이 있다.

시베니크 도착 후 뜨거운 햇살이 무서워 그늘만 찾아 다녔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가능하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찍게 된다. 더워도 너무 덥다.

성 야고보 대성당
성 야고보 대성당 북쪽문에 있는 아담과 이브 조각상

2000년에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성 야고보 대성당은 석조 이외에 다른 재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건축물이다. 아담과 이브가 아랫도리를 손으로 가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

레푸블리카 광장
레푸블리카 광장 한편에 위치한 달마티나츠 동상

유라이 달마티나츠는 성 야고보 대성당 건축을 총지휘한 거장으로 그의 손에 의해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대성당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바뀌었다.


크르카 국립공원
1985년 크로아티아에서 7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강물은 석회암 지대를 지나면서 깊이 200m 이상의 깊고 좁은 골짜기를 만들었고 강바닥들은 자연적인 절벽을 이루어 폭포를 형성했다.

시베니크를 떠나 늦은 오후 크르카국립공원 매표소가 있는 '스크라딘'에 도착하였다. 우선 숙소에 짐을 푼 뒤 마을산책을 나섰다. 크르카국립공원 매표소에 들러 한글로 된 안내책자도 얻어왔다. 마트에 들러 내일 크르카국립공원에서 먹을 과일, 음료수, 점심거리 등도 샀다.

스크라딘에 위치한 작은 성당(Crkva Male Gospe)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조식을 든든히 챙겨 먹고 매표소에 들러 입장권 구매 후 선착장으로 향했다. 첫 배임에도 앞 서 온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위의 지도에서 Ⓐ가 출발 선착장이고 Ⓑ가 도착 선착장의 위치이다. 길을 잘못 알고 걸어서 입구까지 가는 여행 후기를 종종 본 적이 있는데 더운 여름 괜히 힘 빼지 마시길 바란다. 참고로 구글맵에서 확인해 보면 도보로 대략 1시간 이상 걸린다고 나온다.

배에서 내린 뒤 날씨가 조금이라도 시원할 때 호수 주변 트래킹을 하였다. 걷다가 발도 잠깐 물에 담궈 보고 사진도 찍으며 호수 주변으로 깔린 테크를 따라 한 바퀴 돌다 보면 수영을 할 수 있는 'Skradinski Buk waterfall'로 돌아온다.

Skradinski Buk waterfall bridge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트래킹 후 Skradinski Buk waterfall 다리 근처로 돌아오면 곳곳에 수영객들의 짐과 가방이 놓여 있다. 남자들은 대부분 수영복을 입고 온 상태라 그 자리에서 웃옷만 벗었고, 여자들은 가까운 화장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물 속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 본다.


물 속 곳곳에 바위가 많고 미끄러워 부딪치거나 다칠 수 있다. '아쿠아슈즈'를 신고 들어가는 게 물놀이 하기 편하다. 바위와 바위 사이 움푹 파인 곳은 생각보다 수심이 깊고 유속도 빠르다. 어린 아이나, 수영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잠시 방심하면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어도 '안전요원' 1명 없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 (참고로 크라비체 폭포에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요원이 보트를 타고 상시 대기중이었다.)


다녀와서 생각해 보니 크르카국립공원은 물놀이하기에 안전한 장소는 아니다.

강 바닥은 바위가 들쭉날쭉하다. 바위에 낀 이끼로 미끄럽기까지 하다. 자칫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 물 속 바위에 부딪혀 다칠 수도 있다. 수심은 고르지 못해 성인 키를 훌쩍 넘는 곳도 있고, 유속도 다소 빨라 안전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낯선 해외 여행지에서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한국인 부녀 크르카국립공원 익사'와 같이 안타까운 사고가 나지 않기 위해서는 절대 기분에 들떠 흥분하거나 무리하지 마시길 바란다.


물놀이 후 미리 준비해 간 음료, 과일, 빵 등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강물이 흐르는 나무 그늘 아래 발 담그고 한참을 쉬다가 다음 여행지인 '자다르'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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