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같이 해야 오래한다

ize '2016년의 여성들'과 나물님

by 진아

올 해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페미니스트들의 무브먼트이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게된 여성들의 꾸준하고 치열한 움직임들. 기민하게 움직이고, 기꺼이 시간과 돈을 내고, 끊임없이 기록하고, 쉽게 그만두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집에 돌아와서도 외친 구호가 삶 속에서 적용되고, 움직이게 만든 과정들. 더 이상 공론장에서 여성혐오 발언이 당당히 흘러나오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을 알리고, 그것이 작동하게 만드는 과정들.


누군가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움직임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좀 어때. 모두를 설득하고, 모두의 인정과 사랑을 받으며 뭔가를 해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와 동시에, 꾸준히 싸우려면 꾸준히 내 삶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나물님을 통해 알게되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긴 싸움을 싸우려면, 그 싸움을 해나가는 나 자신의 존엄도 존중받고 지켜져야 한다는 것. 그 존엄을 지키는 일은 내 삶을 온전히 살아나가는 것을 통해 지켜진다는 것. 트위터를 통해서 나물님이 물구나무를 도움없이 서게 된 순간을 축하하면서 동시에 폭력진압을 한 경찰의 책임을 묻는 서명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굳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내 삶을 온전히 지키며 살아가는 것 역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 시국이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바쁘고 즐겁게 내 일을 하고 있고, 퇴근 후 시간을 내어 시국을 바꿔보기 위한 소소한 노력들을 한다. 여전히 공연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걸 먹고, 평소에 하던 일들을 하며 지낸다. 이렇게 해야, 단순히 끌어내려짐으로만 끝나지 않을 길고 긴 여정을 나를 지켜내며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나 혼자 뿐만이 아니라는 것도.


즐겁게, 같이 해야 오래 한다.
이걸 알려준 모든 여성들에게 2016 홍진아어워즈 대상 드린다.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6112007397239226

2016년 12월 1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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