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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크슈타인 Jun 19. 2024

그녀 이름은 ‘시벨’

Sibel in Renaissance


시벨.. 눈이 오는데..

 바람이 부는데..

 그리고 그리고.. 네가 오는데.. ’


이젠 잘 기억도 안 나는구나. 저 독백이..

습작 그렸던 노트 어딘가에 이 문구도 같이 적어놨을 텐데.


신비한 소매치기 소녀 시벨을 그리다 죽어가는 소년 제미니의 이야기를 그렸던 김진 님의 단편작품 ‘시벨’



80년대 후반, 아마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88년인가에 창간되었던 당시로선 국내 최초, 유일의 순정만화 전문 만화잡지였던 월간 ‘르네상스’


이 뒤로 후일 윙크, 댕기, 하이센스, 로망스.. 등등 여러 순정만화 전문 잡지가 나오기 시작했더랬다. 그야말로 90년대 초중반, 잡지를 통해 순정만화의 르네상스를 불러일으켰던 내 기억 속의 아련한 추억들.


누나 생일 선물로 뭘 해줄까 고민하며 상가 서점 앞을 지나다, 우연히 보인 이상한(보물섬, 소년중앙 류의 만화잡지만 있던 당시로서는 매우 이상했음) 만화책을 사주기 시작했던 창간호부터 시작해 몇 편을 계속 슬쩍슬쩍 보면서 오히려 내가 더 좋아하게 되었던 순정만화라는 장르..



최초의 순정만화 잡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황미나, 한승원, 강경옥, 김진, 신일숙, 김혜린, 원수연, 이은혜.. 그야말로 당시 거물급 작가부터 중견 및 신진 작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작품들을 연재했었다.


여러 작가와 작품들을 각자의 특색과 스토리로 좋아했지만,  그중에서도 난 유독 ‘김진’ 님의 작품이 좋았다. 너무 순정만화스럽게 화려하지는 않은 그림체와, 동화적인 감수성이 진한.. 그런 잔잔하고 아련한 작품세계에 끌렸더랬다.



<시벨>은 짧은 단편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이상하게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기억에 남는 작품.  감수성 풍부하던 그때 그 시절, 알게 모르게 내 가슴에 꽤나 각인되었었나 보다.


습작이 남아 있는 몇 개 안 되는 그림들은 그날의 감정과 추억들을 잠시나마 되살려 준다.


토끼 가족들이 나오는 ‘진아의 조그맣고 조그맣고 조그마한 사랑이야기’ 도 참 좋았었는데… 그 작가님은 누구셨는지 잘 기억이 안 나네.


이상타.. 눈 내리는 겨울은커녕

햇빛 쨍쨍하고 푹푹 찌기 시작한 무더운 유월의 날씨인데

오늘 <시벨> 이 자꾸 떠오르네.


이런 시벨..

.

.



덧.  타이틀 화면의 그림은 어릴적 연습장에 그렸던 연필 습작의 그림 (본문에 있는)을 포토샵으로 가져와 색을 입힌 버전입니다.

조명효과를 통한 약간의 공간감과 함께 ‘안녕’하고 돌아서는 시벨의 뒷모습에 색깔을 입혀보고 싶었는데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번에 해보았습니다.  참고로 AI 기능이 들어간 포토샵 최신버전은 아니고 예전 버전으로 붓 툴을 통한 노가다 작업이었음 :(


이런 시벨..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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