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면 아프니까 Ⅱ
지난 7월에 올렸던 '나무젓가락'이란 자작시가 있습니다.
문득 살면서 무언가 하나라도 흔적을 제대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 시로 노랫말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기왕에 노래까지 만들어 보고 싶어 지더군요.
그래서 멜로디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번 주에 전문 스튜디오에 가서 녹음을 합니다.
1년에 한 번 정도, 어쩌다 감기를 걸릴까 말까 하는 사람인데, 하필.. 이럴 때 목감기가 심하게 걸려 몇 주 동안 고생을 하고 있고, 덕분에 이놈의 목 상태는 매우 안 좋습니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조금만 소리를 낼라치면 목이 갈라지고 제 소리가 안 나와 낭패입니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사진을 찍어보니 성대에 혹이 나거나 많이 상한 건 아닌데, 성대가 닫힐 때 (소리를 낼 때) 양쪽이 딱 붙어야 하는데, 아래쪽 부분이 딱 붙지 않고 조금 벌어진 채로 있더군요. 의사 선생님 말씀이 그래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거라고요.
보컬 선생님과 스튜디오 일정이 정해져 있어 쉽게 바꾸긴 어려워 최대한 조심하면서 그냥 해볼 생각입니다. 바꾸려면 다 시간과 비용이죠 뭐.. 목감기 때 재수 좋으면 평소 목소리보다 음색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을 텐데, 하필이면 더 별로입니다.
암튼, 큰맘 먹고 미친 짓 해보고 있습니다.
미친 짓이 맞고 엄청 긴장은 되지만, 열심히 해봐야겠죠.
음원이 나오면 혼자서 들어보고, 영 못 들어주겠다 싶지만 않다면 그때 공개해 볼까 합니다.
나무젓가락 뜯을 땐 난 버릇처럼
한쪽 물고 표시해 홱 돌려서 뜯곤 하지
넓은 쪽이 더 좋아하는 거란 말이야
언제나 항상 문 쪽이 나 그녀는 아냐
물면 아프니까 나 아픈 게 낫지
좁은 쪽이면 행복해 저절로 웃음 짓게 돼
내가 널 얼마나 많이 좋아하니
그 사람은 더 많이 더 많이 날 좋아한대
멀리 있어도 이 버릇은 남아
한쪽은 나고 한쪽은 그 사람
잠깐의 고통 대신 감수할래
내가 더 행복해 그 사람이니까
나무젓가락 사랑은 우리를 닮아
언제나 문 쪽이 나 그 사람은 안문 쪽야
좁은 쪽을 보면 맘이 따뜻해져
내 사랑 다 담길 수는 있을까 걱정이 되네
나무젓가락 우리 사랑처럼
한쪽은 나고 한쪽은 그 사람
잠깐의 고통 대신 감수할래
내가 더 행복해 그 사람이니까
멀리 있어도 우리 예쁜 사랑처럼
나무젓가락은 우리를 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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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자작시)
나무젓가락을 뜯을 땐
언제나 해보는 버릇이 있는데
한쪽을 물어서 표시하고
홱홱 돌려서 뜯어서
넓은 쪽이 더 좋아하는 거야
난 언제나 문 쪽이 나고
안 문 쪽이 그 사람이거든
물면 아프니까
내가 아픈 게 훨씬 낫지
그리고
내쪽이 더 좁으면 너무 행복해
저절로 웃음이 나와
내가 얼마나 많이 좋아하는데
그 사람은 더 많이 날 좋아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