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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흔미서점

by 옥광



37. 흔미서점



* 33화와 동일한 등장인물로 화자인 '나'는 하준이라는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나는 '서세권'에 산다. 걸어서 7분 혹은 8분? 슬렁슬렁 뛰어서 가도 5분 내 갈 수 있는 거리에 서점이 있다. 우리 집은 수도권 주거지역 변두리에 있으니 K보문고나 Y풍문고 같은 초호화 대형 서점은 될 수 없고 그렇다고 소박하지만 독특한 개성을 갖춘 세련된 독립 서점도 아니다. 그냥 10평 내외로 보이는 오래된 구멍가게 같은 딱 동네 서점. 양 옆에 화려한 조명을 앞세우는 횟집과 가판대 가득 물량공세를 하는 떡집의 존재감이 커서 이사 오고 몇 달은 서점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냈더랬다.


'이 냄새는 분명! 너구리!'


금요일이었던 그제 서점 사장님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지난 화요일에 부탁드렸던 책이 입고 됐다는 반가운 소식. 그러나 퇴근길은, 특히 금요일 퇴근길은 왠지 더 피곤함이 느껴져 들르지 못했다. 어제 토요일은 아침잠을 충분히 잔 후 밀린 OTT를 보면서 아들 하준이와 빈둥거리며 손이 닿는 곳에 잡히는 걸 대충 집어 먹고 하니 기가 막히게 하루가 뚝딱 지나버려 들르지 못했으니 결국 문자를 받고 나서 3일이 지난 일요일이 돼서야 방문할 수 있었다. 늦은 점심때라서 그런가 사장님은 서점 대문을 열면 바로 맞닥뜨리는 카운터에 계시지 않았다. 대문이 움직일 때 울리는 방울 소리에 맞춰 "사장님,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서점 제일 안 쪽 고개를 숙여야만 들락날락거릴 수 있는 작은 쪽문이 열렸다. 그쪽에서 사장님과 함께 너구리 한 마리도 나왔다.


'킁, 킁. 냄새 너무 좋다.'


정확하게는 맛있는 너구리 라면 냄새. 언제 맡아도 참 기분 좋아지는 향이다. 사장님이 나오면서 쪽문을 꾹 닫으니 자연스럽게 너구리도 물러간다. 좋아하는 향이 금세 사라지니 왠지 섭섭해진다.


"아이고, 사모님이 오셨어요."

"네, 제가 늦었어요. 금요일에 바로 못 오고... 게으름을 피우느라."

"아이고, 괜찮아요.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사모님."


늦게 와서 도둑이 제 발 저린 내가 멋쩍게 웃으니 흰머리가 부드럽게 섞인 머리를 2대 8 가르마로 단정하게 빗어 넘긴 사장님이 되려 친절하게 안심시켜 주신다. 나를 '사모님'이라고 부르면서. 나는 사장님 때문에 확실히 알았다. 삶에서 더 이상 두려울 것은 없다고 안심한 순간, 바로 그 순간, 반드시 더 한 것이 온다는 것을.


하준이를 낳고서 '아줌마'라고 불리는 것에 한참을 어색해했다. 뭔가 억울하고 나를 부르는 것 같지 않고 그 호칭의 주인이 되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다. 나는 끝까지 거부할 줄 알았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어느 날 정신 차려보니 하준이 친구들이 '아줌마'라고 부르고 지나가는 행인 1, 행인 2가 '아줌마'라고 불러도 아무렇지도 않게 "응?", "네?" 하고 대답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심지어 친절하게 대답한다. 그때부터 나는 무어라 불려도 끄떡없을 줄 알았는데. 사장님이 불러주는 '사모님'이라는 단어는 '아줌마'보다 더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사모님, 이 책 맞죠?"

"네. 어?! 노인과 바다. 사장님 그 책도 누가 주문한 거예요?"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주문했던 책 밑에는 <민음사>에서 출판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책이 놓여 있었다. 책의 두께가 엄청 얇다. 1cm가 조금 넘으려나.


"저는 어릴 땐 저 책이 한 3cm쯤 되는 줄 알았어요. 거의 '수학의 정석' 정도? 엄청 두꺼운 책일 줄 알았는데 전혀 완전 얇네요."


나는 '노인과 바다'라는 책을 물건으로서 제대로 본 게 처음이다. 하지만 내용만큼은 대충 알고 있지. 고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의 룰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은 둘씩 짝꿍을 이룬 평균이 비슷하길 바라셨다. 1990년대 후반이었던 그때는 한 학급에 42명이었으니 우리는 매월 평가 시험 등수에 따라 1등은 42등과 짝을 이루고 2등은 41등과 3등은 40등과 짝을 이루어 앉아야만 했다. 담임은 자기소개 첫날부터 어마어마한 쇠자도 함께 소개했기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 (쇠자로 길이만 재지 않았던 야만의 시대...) 그렇게 나는 우리 반 2등과 앉았다. 나는 등교하자마자 엎드려 자는 애였고 내 짝 2등은 참 말이 많은 애였다. 오로지 쉬는 시간에만.


"산티아고는 할아버지야. 쿠바에 살지. 나이는 80이 넘었고 또 혼자 살아. 홀아비. 제목이서 노인이 산티아고야. 산티아고는 84일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했어. 물론 산티아고도 항상 혼자서 낚싯배에 오른 건 아니야. 어린 소년이 있었거든. 걔의 이름은 마놀린. 음... 애가 착해, 괜찮아. 결국 얘가 시작과 끝을 함께 하거든. 어쨌든 함께 하던 소년이 다른 배에 옮겨 타게 되고 산티아고는 혼자 낚싯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러 가게 돼. 이 할아버지 젊었을 때는 꽤 잘 나갔데. 힘이 장사고 어부로서 솜씨도 좋았거든. 하지만 세월은 이기지 못하는지 84일이 지나도록 고기를 못 잡는 거야. 그러다 먼바다까지 나갔고 거기서 3일간의 고생 끝에 드디어 청새치 한 마리를 잡게 되는데 이 고기가 얼마나 컸냐면..."


2등은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과 교과서 필기에만 집중했었다. 그래서 수업시간만큼은 편하게 잘 수 있었지. 하나 땡 하고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상황이 바뀐다. 깊은 수면에 빠지지 못하고 얕은 잠을 자야만 했다. 왜? 2등 때문에. 2등은 화장실도 안 가고 그냥 자리에 앉은 채로 저렇게 지난밤에 이런저런 책을 읽었다며 나에게 혼잣말하듯 책 내용을 주절주절 읊어댔다. 딱 옆에 엎어져 있는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 크기로. 그게 잠이 들지 못할 만큼 거슬리지 않아 무어라 불만은 없었으나 그래도 내심 다음 달 모의고사엔 등수가 바뀌면 좀 낫지 싶었는데... 나란히 자리만 옮기고 그대로였다. 나는 당당히 1등과 짝을 이뤘는데 2등이 1등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때쯤엔 잠꼬대하듯 몇 마디 대답도 해주었다.


"뭐야? 아우 지겨워. 집착남의 귀신 이야기야, "

"오... 맞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히스의 사랑에 대한 집착."


2등에서 1등이 된 짝이 '폭풍의 언덕' 이야기를 해줬다. 이야기는 그냥 막장. 히스클리프라는 집착남의 귀신도 이겨내는 대막장 스토리. 짝은 내가 하는 아무 생각 없이 숨 쉬듯 뿜어내는 잠꼬대에 하나하나 대답해 가면서도 매 쉬는 시간마다 책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느 날은 '상실의 시대 - 노르웨이의 숲'을 이야기해 줬고 나는 잠결에 "도루는 여자를 만나지 말아야 돼. 진짜... 걔는 연애를 금지시켜."라고 중얼거렸다.


'상실의 시대'는 훗날 결국 읽어보고야 말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크게 진 것 같아 매우 분했다. 내용은 그 시절 짝이 읊어댈 때도 재미가 없더니만 직접 읽어보니 더 재미가 없었다. 진짜 하나도 재미가 없었고 와타나베 도루 씨가 더 더 더 이해가 안 갔다. 속으로 '전화하지 마. 말 걸지 마. 하지 마. 그걸 하지 마.'를 돌아가면서 몇 번을 외쳐댔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읽어낸 거다. 나는 독서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솔직히 영화 보고 TV 보는 게 몇 배는 재밌어!) 몇 페이지만 읽고 나면 스르륵 곯아떨어지기 일쑤인데 '상실의 시대'만큼은 이미 얼마만큼 아는 내용임에도 몇 번 잠들지도 않고 끝까지 읽어냈다. 남주가 답답하기 그지없는 재미도 없는 이걸 어떻게, 내가 왜, 어쩌다? 이게 무언가 진 것 같아 어찌나 분하던지. 더 웃긴 건 이후에 이 책을 직접 구매까지 했다는 거다. 이미 누군가에게 빌려서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왜? 한 번 더 읽으려고? 아니! 절대 아니다. 무엇하러 깊은 패배감을 또 느끼려 들겠는가. 그저 소장만 하고 싶었을 뿐이다. 아마도, 이 짜증 나는 패배감을 기념은 하고 싶어서? 에이 설마.


내가 41등을 하니 다시 2등이 된 짝이 재미없는 이야기만 해 준 건 아니었다. 시드니 셀던의 책도 다수 들려주었다. '내일이 오면'이나 '신들의 풍차', '천사의 분노'같은. 이 중 '내일이 오면'은 톰 베린저 주연의 미드로 TV로도 보던 것이라 잠결에 들어두면 수업 시간에 종종 꿈까지 꾸곤 해서 매우 즐거웠다. 아, 아마도 이때쯤인 것 같았는데 짝이 '천사의 분노'를 읊어댔던 때였을 거다. 반에 엄청나게 다독한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애매하게 공부를 잘하는 상위권 아이라 그다지 친해지진 못 했다. 물론 친해지고 싶은 의지도 없었고. 마침 그 아이가 '상실의 시대'를 아냐고 자신은 이 책을 읽었다며 무척 떠들어댔다. '와타나베 도루'의 상실감이 어쩌고 저쩌고 연이은 친구의 죽음이 어쩌고 저쩌고. 시끄러웠다. 틀린 건 없어 보였으나 공감도 가지 않는. 마치 냉면 위에 올라간 채 썬 오이와 반쪽자리 삶은 계란, 무채와 반찬으로 나온 겉절이만 먹어 보고 그 집 냉면의 국물맛은 이렇고 면 맛은 저렇다고 다 안다는 듯이 떠들어대는 알맹이는 없는 이상한 언어들의 부조화. 결정적으로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고 잠결에 얻어듣기만 한 나보다 디테일이 떨어졌다. 계속 엎드린 채로 슬쩍 짝의 눈치를 봤다. 분명 내 짝은 다르게 생각할 것 같은데... 짝은 그 아이를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눈치였다. 오로지 '천사의 분노'의 주인공 제니퍼가 하필이면 유력 정치인 유부남을 만나고 하필이면 마피아 두목을 만나 어떻게 살아남는지만 읊어댈 뿐이었다. 훗날, 우리가 30살 중반이 됐을 무렵 이때가 문득 생각이 나 그때의 짝에게 물어보았다. 왜 조용히 있었느냐고, 너는 그 아이랑 그래도 제법 친했으니까 무언가 반박하고 싶지 않았느냐고. 짝은 "그런 일이 있었어? 나는 그런 애가 있었다는 것도 기억에 없는데." 그때도 지금도 참 짝답다.


나는 시드니 셀던의 책 중에 '내일이 오면'을 결국 구매해 가지고 있다. (중요 부분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야 했으므로. 당시 '내일이 오면'은 꽤나 야한 책에 속했다.)


"그렇죠, 사모님? 생각보다 책이란 게 안 무거워요."

"그러게요, 사장님. 저 이것도 사고 싶은데 이것보다 얇네요."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탐정 갈릴레오'를 들었다.

이거다! 히가시노 게이고! 내가 여기 한미서점에 반한 이유!


나는 독서를 즐기지도 않을뿐더러 오랜 시간 책을 붙들지도 못하므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이 어렵다. 몇 번 시도는 해봤지만 매번 연체자가 되어 독촉 문자를 받는 게 당연시되었고 그때마다 책이고 뭐고 도망가고만 싶어졌다. 그래서 정 당긴다 싶은 책은 구매해서 읽는 편이다. 또 한 번에 한 권을 진득하게 읽지 못하고 여러 권을 돌아가면서 읽는다. 한 편의 완결된 이야기를 스스로 여러 화로 나누어 연재화 한다고나 할까. 읽다가 지루해지면 멈추고 다른 책을 보는 거다. 그러다 재밌는 게 걸리면 여러 회차를 계속 읽어나가면 되는 거고. 그런데 유독 히가시노 게이고는 스스로 만드는 연재기간이 짧았다. 우연히 '방황하는 칼날' 영화를 보고 이후 '용의자 X의 헌신'까지 보고 나서 결국 책까지 손을 댄 건데 몇 번 끊긴 했지만 꽤 후루룩 읽혔다. 여러 권을 읽다 보니 어떤 패턴이 느껴지긴 했지만 뭐 상관없다. 나는 '상실의 시대'도 해낸 사람이니까. 게이고의 책은 그에 비하면 상당히 산뜻하게 읽혀서 당기는 족족 구매했다. 그리고 여기 흔미서점에는 몇 안 되는 데스크 매대의 한 층이 게이고의 책으로만 꽂혀 있다. 사장님의 훌륭한 게이고 컬렉션!


"사장님 '탐정 갈릴레이'도 재밌죠?"

"아이고, 사모님 책은 읽는 사람마다 달라서... 저는 재밌었는데 사모님은 당연하게 재밌으실 수도 있지만..."


사장님은 항상 저런다. 재밌냐고 물어보면 머뭇거린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타서 한참 떠들썩할 때도 그랬다. 나는 한강의 어느 책이 가장 좋았냐고 물었고 사장님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희랍어 사전'이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오! '희랍어 사전' 재밌어요?"

"아, 그게 그러니까 재미라는 게... 저는 읽어보니 좋아서 재밌었는데 사모님은 또 어쩌시려나..."


내 고등학교2학년 짝꿍이었던 이제 40넘은 친구도 저랬다. 그 친구는 '흰'이 좋다고 했는데 사장님보단 단답이지만 결국 같은 맥락. "재밌는지 안 재밌는지는 네가 읽어봐야 알지. 내가 어떻게 알아?"


작은 동네서점의 사장님은 무조건 재밌다고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책의 판매율을 위해서라도 모든 책이 재밌다고 해도 모르는 척 넘어갈 수 있는데 말이다. 또 재밌냐고 물었을 때의 대답에 큰 무게를 싣지도 않으면서. 어차피 나도 내 맘대로 사니까 말이다. 물어보기는 '탐정 갈릴레오'를 물어보고선 매대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단편집 '교통경찰의 밤'을 올려놓았다.


일전에 히가시노 게이고만 왜 이렇게 모아 놨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아, 그거요? 그거야... 그분 책이 많이 나와요. 그리고 재미도 있고요."


이 대답만큼은 그나마 명쾌하게 해 주셨다. 매우 납득이 가는 답변이다.


"음, 아저씨 이건 단편이니까 한 권에 한 권 더, 이것까지 계산할게요."


나는 '교통경찰의 밤' 위에 게이고의 다른 단편집 '그대 눈동자에 건배'도 올려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문해 놓았던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까지 올린다.


"사장님 또 책 하나 주문 할게요."

"네, 사모님 무슨 책인가요?"

"'정영진의 시대유감'이요."

"아, 네... 정, 영, 진..."


사장님이 교보 도매 사이트에 한 자 한 자 검색을 시작한다. 모니터에 '정영진의 시대유감'의 표지 이미지가 보인다. 표지만 봐도 꼰대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제목에선 나이가 너무 보이고. 하아... 시대유감이라는 단어가 정말 유감인데.


"저는 정영진이 안 그런 거 같으면서 엄청 꼰대스러워서 이 책 읽으면서 되게 투덜거릴 것 같아요. 막 마음에 안 들어하고, 엄청 중얼중얼거릴 거예요, 막 못마땅해하면서."

"그런 게 재미죠."

"네?"

"어떻게 좋은 것만 재밌겠어요. 그런 게 재밌는 거죠. 만족스럽지 못해서 재밌는 게 있잖아요. 마음에 안 들어서 재밌고 그렇잖아요 사모님?"

"네?"


킁킁킁. 웃음이 났다. 조용한 서점 안에서 큰 소리로 웃지는 못하고 조용히 코로 웃는 웃음. 아저씨 말이 옳다. 그러니까 투덜거리려고 돈을 쓰는 거겠지. 사장님이 지역 화폐로 계산하면 할인이 들어가고 페이백이 된다는 것을 빠짐없이 안내해 주셨다. 아무 생각 없이 신용카드를 꺼내던 나는 부랴부랴 지역화폐 카드를 꺼내 건넨다. 이제 이 책들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내 돈 주고 샀으니까 아무 데나 늘어놓고 아무 데나 들고 다니면서 대충 집어 먹는 과자처럼 읽어야지. 천천히 내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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