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현실부정
실행
신고
라이킷
1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여름방학
Oct 02. 2019
장기 가족
명절이면
우리
집은
할아버지
댁에
모여
장기를
두었다
.
여자들은
빼고
남자들만
.
왜
그런지
여자들은
장기를
두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
할아버지를
필두로
,
고모부
,
아버지
,
사촌
형
동생들이
장기판에
달라붙었다
.
할아버지는
그때
여든이
넘은
나이였지만
,
장기를
무척
잘
두었다
.
나는
할아버지를
한
번도
못
이겼다
.
할아버지는
한
가지
포석만
썼지만
,
그
한
가지
포석을
도무지
이길
수
없었다
.
나는
마와
상의
위치를
바꿔
보기도
하고
,
포를
왕
옆에
붙여
놓고
시작해
보기도
했지만
,
이길
수
없었다
.
할아버지는
장기의
신
같았다
.
고모부도
장기를
잘
두었다
.
고모부는
적당히
져
주기도
했다
.
아버지는
얄짤
없었다
.
평소에는
좋은
게
좋은
아버지였지만
,
장기를
두거나
오목을
두거나
바둑을
둘
때는
봐주는
법이
없었다
.
철저하게
승부를
봤다
.
사촌들보다는
내가
좀
잘
두는
편이었다
.
사촌들은
장기를
나만큼
좋아하지
않았다
.
아이들
항렬
중에는
내가
잘
둔다는
사실이
나름
뿌듯했다
.
나는
명절이
되면
장기판을
들고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대국
신청을
했다
.
초등학생
때
장기반에
들어갔는데
,
나보다
잘
두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
안경도
끼고
있었다
.
어떤
상황에서든
침착한
게
이창호
같았다
.
누구나
인정하는
장기반
톱이었다
.
나는
학년을
마칠
때까지
그
친구를
이기지
못했다
.
결국
그다음 해에는
장기반에
들어가지
않았다
.
무슨
특별활동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
나중에
기억을
더듬어
보니
,
나는
내가
잘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
그래서
내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
그
분야를
빠져나와
다른
쪽으로
옮겨
가곤
했다
.
장기가
생각만큼
안되자
,
바둑으로
옮겨
갔는데
,
바둑은
더
못했다
.
그
뒤로도
가끔
아버지와
장기나
바둑을
두긴
했지만
,
예전만큼
열정이
불타오르진
않았다
.
그저
시간
죽이기
용이었다
.
그것도
좋긴
했지만
왠지
나는
아쉬웠다
.
새로운
포석을
연구하고
,
도장
깨기
하듯
어른들과
장기를
두던
그때가
그리웠다
.
예전에
아버지는
집에서
바둑
방송을
한참 동안
보곤
했다
.
나는
게임
상대조차
안되었을
테니
,
아마도
아버지에게도
바둑
상대가
있었던
것
같다
.
그게
누구였는지
어떤
사람과
그렇게
바둑을
즐겁게
두었는지
나는
모른다
.
나는
아버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
그건
어디까지나
어린아이의
눈에서
본
아버지였다는
걸
,
나는
한참
뒤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즈음
,
아버지는
더
이상
바둑
방송을
보지
않기
시작했다
.
아마도
그때가
아버지의
바둑
친구가
사라진
시점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
keyword
장기여행
명절
할아버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