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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by 글쓰는 트레이너

책을 읽다가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의 개념을 마주했다.
'그대로 두면 무질서로 향한다.'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두세 번 반복해 읽다 보니
자연처럼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우주는 스스로 정돈되지 않는다.
자연의 법칙은 언제나 흩어지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그 흐름을 거슬러 형태를 만들고, 질서를 세우고, 의미를 붙이려면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흘러내린 물을 다시 산꼭대기로 올리는 일처럼,
삶도 그대로 두면 아래로만 흘러가게 되어 있다.

가만히 있으면 편하다.
하지만 그 편안함은 결국 흩어짐으로 이어진다.

몸도, 마음도, 관계도, 존재감도 그렇다.
움직이지 않으면 흐릿해지고, 느슨해진다.

그래서 성장에는 언제나 불편함이 따른다.
철학자들이 '인생은 고통이다'라고 말한 이유가
요즘 들어 더욱 깊이 와닿는다.
이 법칙을 일찍 깨달을수록 삶은 오히려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인간의 자연스러움은 그 반대였다.

자연스럽게 산다는 것은 나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했다.
엔트로피의 법칙이 말하듯 자연은 그대로 두면 흩어지는데,
인간은 흩어짐을 막으려 의식적으로 힘을 쓸 때

오히려 자연스러워진다는 점이 역설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존재를 지키고, 질서를 세우기 위해
배워가고, 움직이고, 성장하려는 태도.
나는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이치와 가장 맞닿아 있지 않을까


'바닥'은 존재감 그 자체이고,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이 진화이다.
자아는 저절로 확장되지 않는다.
흩어짐의 관성을 이겨내고, 더 깊은 의식을 향해
스스로를 끌어올릴 때 비로소 넓어진다.


결국 아주 단순한 결론에 다다랐다.
편할수록 나는 흩어지고,
불편할수록 나는 살아난다.

그 순간 '움직임'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겠다 싶었다.


교통수단은 점점 더 편리해지고,
스마트폰 하나로 대부분의 일이 해결되는 시대여서

가만히 있고 그 흐름을 따라가면 편하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두 발로 걷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싶었다.
운동하는 시간을 더 가져야 움직임 총량이 지켜질 것 같다.


과학의 발전은 편리를 약속하지만

그 편리함 속에서 인간은 느슨해지고 나태해진다.
그래서 의도된 불편을 선택한다.

걷고, 운동하고, 땀을 흘리는 일.

그 불편함 속에서 나는 오히려 살아나고,
성장하고, 진화한다.


책에서는 모든 생명체 속에 존재하는 진화의 힘이
인간에게서는 ‘사랑’이라는 형태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엔트로피의 자연법칙을 무산시키는,
일종의 기적 같은 힘.
타인의 성장과 자신의 성장을 함께 바라보게 하는 힘.
나는 이것이 인간애라고 표현한다.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래 인생은 힘든 것.
하지만 그 힘듦을 마주할 때
삶은 오히려 더 흥미로워진다.


한 번 정보를 입력하면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대신 찾아주는 시대지만,
그 편리함에 기대기만 하면 나는 점점 나를 잃어간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나를 공부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 자신과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북돋우기 위해
내 존재를 조금씩 확장해 나간다.


그것이 내가 이해한 '자연스러운 삶'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힘을 쓰는 삶.
그 역설 속에서 비로소 나는 살아 있다.







이 브런치북의 내용은 북클럽에서 나눈 인사이트들에서 이어진 제 사유를 정리해 보는 장입니다.

https://guhnyulwon.wixsite.com/my-site-2/greatbookclub



스캇 펙 박사,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읽고 북클럽에서 나눈 이야기들에서의 확장된 사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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