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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Jul 24. 2020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다녀와서 배운 것

[에세이] 아빠와 딸의 네팔 여행기 : 에필로그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다녀오고 6개월이 지났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아빠의 오랜 꿈인 히말라야 트레킹을 이루자고 네팔로 떠났었다.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오니 전 세계에 무서운 속도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었다. 당분간 해외여행을 가기 어려워졌고 평상시에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여행이 그렇듯 우리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아빠는 퇴근 후 거실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시고 딸은 대학생 신분으로 사이버 강의를 들었다.



가뭄에 콩 나듯 바뀐 부분이라면, 서로를 향한 관심이 늘어났다. 아빠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 듯하다. 외출하는 딸에게 직접 충전한 보조배터리를 건네고, 딸의 늦은 귀가에도 뜬 눈으로 기다렸다. 주변 사람들에게 딸 자랑을 어찌나 많이 하는지 부끄러워서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다. 딸은 예전보다 잔소리를 많이 한다. 여행에서 지켜본 아빠의 시간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지나가는 세월을 조금이라도 막으려고 애쓴다. 눈에 한껏 힘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 운동은 안 하세요?”

“아빠, 오늘 저녁도 술을 드신다고요?”


아빠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 대신 민망 섞인 웃음소리를 낸다.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하게 배운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해도 아빠는 아빠고 딸은 딸이다. 미끄러운 눈길에 발을 떼기조차 겁나서 망설일 때, 아빠는 앞장서 걸으며 넘어지지 않게 팔을 잡아 주었다. 배탈에 걸려 골골대자 속상해하며 약을 챙겨 주었다. 어린 시절처럼 낯선 곳에서 두렵고 무서울 때마다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이젠 다 자란 성인인데, 아빠와 둘이 있으니 투정이 늘어서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저녁이 되면 몇 점 짜리 가이드인지 자주 물었다.


“오늘 가이드 점수는?”

“뭐, 백점이지.”

“영혼 없이 말해”

“아니야~”

“(아빠의 대답을 흉내 내며) 백.. 점… 이지..”


보다시피 유치한 대화다. 딸의 나이가 어떻든 아빠에겐 7살 배기 심술쟁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두 번째로 매일을 충실하게 살아야 함을 배웠다. 어리석게도 지금까지 이뤄낸 것이 온전히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결과라고 생각했었다. 잘못된 생각임을 아빠와 여행을 다녀오고 글을 쓰며 깨우쳤다. 사소한 취향은 가족과의 추억에서 생겼고, 내뱉는 말과 행동에도 부모님의 가르침이 숨어있었다. 만약 아빠가 어린 딸에게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부모님의 넘치는 사랑이 없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네팔 여행도 아빠가 스스로 이뤘다고 생각한다. 히말라야에 가고 싶다던 아빠의 말 한마디와 가정에 충실한 시간이 쌓여서 꿈은 현실이 되었다.



굵직한 가르침을 준 네팔 여행기가 어느덧 끝난다. 약 5개월 동안 적은 20편의 이야기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했었다.


“아빠는 여행 가고 싶은 곳 없어요? 해외여행!”

“글쎄… 뭐… 딱히…….”


아빠의 대답은 망설임이 가득했었다. 여행이 끝난 지금은 먼저 묻지 않아도 다음을 기약하며 하고 싶은 일을 말한다.


“다음엔 마추픽추에 갈까?”

“(TV에 나오는 캠핑카를 보며) 아빠도 저거 꼭 갖고 싶었는데.”


다음 꿈도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결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빠가 꿈꾸는 과정이 행복하길 바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꿈을 갖고 열심히 살아간다면 언젠가 기회가 찾아올 거라 믿으니까.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은 모든 분께 질문하고 싶다.


“당신은 어디로 여행 가고 싶은가요?"


+) 아빠의 말


앞으로의 계획은 댓글로 확인해주세요

아빠와 딸의 여행을 영상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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