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을 열 번 하는 기쁨보다 한 번의 오보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사실이었다. 국제부 야간 데스크가 건넨 영문 기사에는 '현장서 그랬다 카더라'는 말뿐, 누가 어떤 식으로 전했다는 내용이 없었다. 현지 매체는 메신저에 떠도는 출처 불명의 소문을 속보로 내보내고, 로이터는 그 속보를 받아 기사를 전송하고, 현지 매체는 로이터의 보도를 인용해 다시 속보를 띄우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 보도를 한국의 매체들이 받아 방송으로 인터넷으로 퍼 나르고 있었다. 또 다른 글로벌 통신사인 AP와 AFP는 관련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는데도 말이다.
<23시30분 1면이 바뀐다> 94P
소심한 편집자인 나로서는, 미래의 어느 밤에 동일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같은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 식의 특종을 열 번 하는 기쁨보다 한 번의 오보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오보의 공포는 언론사의 영향력과 비례한다. 쌓아온 신뢰의 높이가 높을수록 무너질 때의 충격 또한 큰 법이다. 신뢰의 잔해에 깔리지 않기 위해 기자들은 기사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날 밤 식은땀을 흘리긴 했지만 신뢰의 탑은 건재했다. 가짜 뉴스를 내보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23시30분 1면이 바뀐다> 98P
'신문에 미래가 있을까' 불안하다면, '다른 일을 택해야 했는데' 회의가 든다면
자신이 만드는 신문이 인쇄되고 있는 곳을 한번 찾아가 보길 바란다. 가서
종이의 가능성을, 인쇄의 무거움과 자신의 가벼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주영훈 <23시30분 1면이 바뀐다> 에필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