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었다

자작시

by 최은

미움은 미움으로 갚을 수 없고

사랑으로만 갚을 수 있다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왔던가

돌아보니

미움을 미움으로 갚아왔구나


어둠은 어둠을 몰아낼 수 없고

오직 빛만이 그럴 수 있다 했건만

나는 어둠 속에서 어둠을 휘둘렀다


증오는 증오를 이길 수 없고

오직 용서만이 그럴 수 있다 했는데

나는 증오를 벼려왔다


그렇게 쌓아 온 것이

성벽인 줄 알았는데 무덤이었다


한 해가

저문다


다음 해에는

빛이 될 수 있을까

사랑을 줄 수 있을까


한 가지

아는 건


미움의 끝,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돌아서야지

흙을 털고

발을 뻗어


그렇게

또 한번

속아봐야지


미움을 덜어낸 자리에 사랑이 들어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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