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재의 나

#75

by 빨간우산


오늘날 우리는
'나 자신'에게만 관심을 둔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만 관심을 둘수록
정작 '나 자신'은 성장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나 자신'에게 자극이 되지 못하고
아무것도 '나 자신'이 이해한 것은 없고
아무것도 '나 자신'에게 쌓이지 않으므로

나는
텅 빈 채로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텅 비어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무언가 채워져 있는 것처
'나 자신'을 연출하는 것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데,
그 역시
'나 자신'에 대한 관심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므로
'나 자신'은 여전히 계속
텅 비어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텅 빈 순환은
무한히 계속되며
그 순환 속에 나는
텅 빈 껍데기의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데,

그건 차라리
존재가 아니라
부재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런 명제가 완성된다.


나는 나를 생각한다.
그러므로 부재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전쟁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