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을 찾아가는 오래고 먼 특별한 미국 여행

들어가는 이야기 - 도대체 왜?

by Jaeho Lee


‘나의 특별한 미국 여행’ 계획에 모든 사람들이 빠짐없이 하는 질문이 있다. '도대체 왜 인디언인지, 그리고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사람들은 각자만의 독특한 경험 속에서 무언가에 꽂히고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관심이 깊어지면 열정이 싹튼다. 내가 인디언 이야기를 언제 접했었을까? 가장 오래된 기억은 초등학교 시절이었던것 같다. 당시 TV에서는 ‘주말의 명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존 웨인과 같은 배우가 등장하는 서부영화들을 자주 방영하곤 했다. TV속에서 펼쳐지는 총잡이 카우보이들의 세계와 역마차 행렬을 공격하는 인디언들과 이들을 추격하는 기병대의 모습은 나에게 강렬한 인상과 호기심을 심어 주었다(요즘은 이런 서부영화를 찾아 보기가 참 힘들다).


나의 눈에, 머리에 깃털 장식을 꽂고 얼굴에 물감을 칠한 인디언들은 선량한 백인들을 괴롭히고 학살하는 악의 세력이었고, 푸른 제복의 기병대들은 정의의 사도였다. 영화가 끝나면 나와 친구들은 인디언과 기병대로 나뉘어 역할 놀이를 했는데, 인디언 역할을 맡은 친구들은 손에 입을 대고 '이요오오~'하면서 기병대를 공격했었다. 또한 ‘제 7기병대’라는 책에 등장하는 커스터 장군과 용맹한 기병대들의 활약은 내 어릴 적 기억속 최고의 영웅담 중 하나로 남아 있었다.


주말의 명화가 TV에서 보기 힘들어질 때쯤 서부영화들도 TV나 영화관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가 등장한다. 이 영화속 인디언들은 잔인한 폭도가 아니라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순수한 영혼의 사람들, 때론 신비롭기도 한 사람들로 그려졌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들은 소위 ‘선진 문명’을 이루지 못했고, 이로 인해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던 세상에서 소외되고 미개한 민족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티피라는 간이 천막에 살며 정착지도 건설하지 못했고, 그저 백인들에 쫒기며 들소떼를 찾아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는 처지였다.


이것이 꽤 오랫동안 내가 알고 있던 인디언 세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인디언들에게 이와 다른 역사가 있었음을 생각하게 만든 첫 계기는 아마도 뉴멕시코주에 있는 차코캐년(Chaco Canyon)을 방문했을 때였던 것 같다.


그들은 그 곳에서 큰 마을(가장 큰 Pueblo Bonito에서는 1200명을 수용하는 집터가 발굴됨)들을 이루고 살았고, 관개농업을 영위했었다. 그리고 125개의 마을들은 직선 도로망과 수로로 연결되었다. 인디언들도 마을과 도시를 가졌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가 몰랐던 인디언들의 역사와 세계를 한 풀 한 풀 벗겨나가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15세기경, 당시 유럽 대도시들의 인구를 능가하는 미시시피강 유역의 인디언 도시 카호키아(Cahokia), 유럽인들과 인디언들의 최초 접촉 (백인을 구해준 포카혼타스의 등장!), 영국 프랑스 식민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인디언들(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출연했던 영화 ‘Last Mohican’은 이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미국의 독립과 그 이후의 서부 개척과정에서 척박한 보호구역으로 쫒겨난 인디언들, 영국인들이 인디언들에게 했던 약속, 인디언들이 바라본 미국의 독립전쟁, 그 결과 미국의 독립이 인디언들에게 미친 영향, 그리고 그 이후 인디언 땅을 빼앗기 위한 미국인들의 수 많은 권모술수. 일부 인디언들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백인과의 전쟁에 나설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이들이 마주해야만 했던 더 가혹한 운명.


유럽인들이 미 대륙에 상륙한 날로부터 인디언들에게 정의로운 심판은 존재하지 않았다. 체로키같은 부족은 적극적으로 백인의 문물을 받아들여 대규모 농업을 영위하고 (이들은 심지어 수천명의 흑인 노예까지 부렸다), 헌법과 법원과 의회 시스템을 갖춘 국가를 건설했으며, 위대한 학자 세쿼이아는 우리의 훈민정음과 같은 체로키 문자까지 만들어 사용했지만, 순식간에 자신들의 영토를 빼앗기고 수천킬로 떨어진 오클라호마의 인디언 구역으로 쫒겨나야 했다(한 겨울에 진행된 이 눈물의 이동과정에서 전 부족의 1/4이 추위, 질병, 굶주림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인디언 이야기는 세계 최강국이 된 지금의 미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이야기 뒷면이다. 인디언 역사를 찾아가는 과정은 내게는 마치 까도 까도 끝없이 나오는 양파껍질과 같았다 (현존하는 500여 부족의 수 만큼이나 그 이야기도 많고 길다). 오랜 시간 책으로 접하고 이해한 내용을 기회가 되면 한 번쯤 직접 찾아가 눈으로 몸으로 보고 느끼고 싶었다. 수 천년의 흔적을, 그들이 빼앗긴 터전을, 그리고 그들의 지금 모습을.


이제 수 년간 기다려오던 그 삶의 여유가 잠시 난 틈을 이용해서, 참으로 오래된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찾아 참으로 먼 미국 여행을 시작해보려 한다.


42일간의 여정 지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