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그렇게나 황당한 표정을 지을 줄이야...

미국 피닉스 도착

by Jaeho Lee


2019년 7월 12일 미국 도착.


라스베가스 공항 입국 심사대 직원이 미국에 얼마나 있을 거냐고 묻는다. 2달이라 하니 2달동안 무엇을 할거냐고, 인디언 관련 장소를 찾아 대륙을 횡단할거라 하니 조금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은 있는지, 숙소는 정해진건지 등을 묻는다. 너무 솔직하게 얘기해서 일이 복잡해지고 있다. 난, 이렇게 얘기하면 '와우'가 나올 줄 알았는데.


피닉스 2박, 아파치 리조트 1박만 현재 예약했고, 나머지 일정은 유동적이라 대륙을 횡단하며 정할거라 했더니, 아직도 충분히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 동쪽으로 대서양까지 갔다가 다시 서쪽으로 태평양까지 도달해 시애틀에서 떠날 거라는 얘기에는 황당해하며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 하여간 그렇게 입국 심사는 좀 길어졌다. 나의 이번 여행 계획은 한국에서도 다들 의아해했던 만큼 이곳 미국인들에게도 그러한가 보다. 난 이땅의 이전 주인들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는거라구!


아리조나주 피닉스가 이 특별한 미국 여행의 출발지로 결정된 이유는 미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농경 기록을 가진 호호캄 문명이 이곳 남부 아리조나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대인 유골의 게놈 해독을 통해 밝혀진 바로는, 시베리아 및 동아시아 지역의 고대인들이 빙하기 시절인 약 2만년 전 베링육교 (지금은 해협이 되었음)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였단다.


농사는 기원전 수 천년 전부터 멕시코 지역에서 시작되었는데, 기원전 1500년 경에 미대륙으로도 농경문화가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시작점이 바로 남부 아리조나이고, 이곳으로부터 동부로 확산되어 갔다.


여행은 피닉스가 있는 아리조나주에서 시작해서 유타, 콜로라도, 뉴멕시코주를 훑어본 뒤, 캔자스, 오클라호마, 미주리, 알라바마주를 횡단하여 플로리다로 향할 것이다. 이 길은 고대 인디언 농경문화의 전파 경로이기도 하거니와, 미대륙 인디언들을 최초로 목격하고 기록했던 스페인 탐사대들이 거쳐다녔던 곳이기도 하다.


플로리다로부터는 대서양 연안과 애팔래치아 산맥을 따라 북으로 향할 예정인데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을 거쳐 뉴잉글랜드 지방), 대서양 연안을 따라 건설된 유럽인들의 식민지 및 이에 맞섰던 인디언 부족들을 찾아보는 경로이다.


청교도들의 메이플라워호가 상륙했던 메사추세츠부터는 다시 서쪽으로 미 대륙을 횡단하여 시애틀까지 진행할 계획인데, 이 경로는 식민지가 번성하면서 발생한 유럽인들과 주변 인디언 부족과의 갈등, 아메리카 식민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유럽 열강들의 전쟁터 및 영국과 미국 식민지간의 독립 전쟁터, 그리고 미국 독립이후 본격적으로 착수된 서부개척(인디언 정복)의 경로이다. 이 경로를 따라 태평양에 도달하게 되면, 미국인들의 인디언 땅 탈취가 완성되는 셈이다.


인디언 세계에서의 문명 전파, 유럽인들의 미대륙 탐사 및 식민지 설립, 그리고 미국의 서부 개척이라는 역사적 시간을 따라가는 방향으로 여정을 잡아 보았는데, 그러다 보니 이 큰 대륙을 두번이나 횡단해야하는 일정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 여정은 대략적인 방향성이고, 실제 구체적 일정은 여정을 진행해가며 잡아가려고 한다. 7월 12일에 시작해서 8월 21일 시애틀 도착까지 41일간 예정인 이 여정을 통해 과연 어떤 발견을 할 수 있을지 나 스스로도 사뭇 궁금하기만 하다.


첫 날 일정은 라스베가스 공항에 도착, 차를 렌트해서 피닉스까지 4시간 30분 운전한 것이 전부. 피닉스까지 바로 비행기로 올 수도 있었지만,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사용하려다 보니 대한항공 직항이 있는 라스베가스로 오게 되었다. 애초 계획은 라스베가스의 황홀경속에서 1박을 하며 장시간 비행의 여독을 풀며 시작하는 것이었으나, 신속하게 피닉스로 이동하여 한 호텔에서 2박하는 것이 좋겠다는 아내의 조언에 따르기로 했다. 앞으로 매일같이 호텔 옮겨다니며 짐을 싸고 풀어야 할터인데, 첫 시작이라도 한 호텔에서 이틀 머무는 호사를 부리는 편이 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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