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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패의 점들

하나의 성공을 위한

by 훈자까

최근 내심 기대했던 작은 도전들의 번번한 실패로 인해, 밤하늘의 별빛이 많이 약해졌을 때였다. 어느 순간은 암전이 일어나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우울은 본인의 친구라면서, 우울감이 싫었다. 찾아온 괴리에 자조하면서 마땅한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 수도 없이 경험한 실패였지만 이번 것은 조금 감정이 짙게 담겼던 것 같았다. 성공된 미래를 점치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는데, 덜컥 내질러버린 것이다. 마음으로.




그러던 와중, 애증이 듬뿍 묻은 바보상자에서 나는 한 연설을 보게 되었다. e스포츠에서 유명한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였다. 같은 나이여서 고등학생 때부터 응원해 왔고, 누구도 넘보지 못할 찬란함을 뿜어내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멋있었다. 목표를 향한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 대중들의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기에. 반쯤 가라앉은 눈으로 무의식적으로 터치한 것 같았다. 안 볼 수가 있겠는가, 오랜 팬인데.


연설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 떨려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꽤 정겨웠다. 그리고 스크립트보다는 머릿속의 키워드만으로 진정성을 담기 위해 이야기한다는 모습이 대견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나, 그 자리가 무척 알맞은 단 한 명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처음에는 실패를 두려워했어요. 승부욕이 강해서, 경기에서 패배하면 돌아와 쌓인 감정을 표출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실패를 염두에 두면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실패는 성공의 작은 일부더라고요."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나를 둘러싼 덩어리 진 회색 것들이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밤하늘이 다시 보이고, 오늘따라 유독 밝은 하나의 별이 보인다. 저 별은 동갑내기의 빛나는 선수가 담긴 동경이겠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넘어져봐야 일어나는 법을 배운다 등의 수많은 성공과 실패에 관한 문장들이 있지 않은가. 그래도 문장만으로는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문장들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거니까. 청년들 앞에서 연설하는 저 사람의 일대기를 알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응원하는 팬의 감정에 동화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조금 눈물겨웠다.




대부분의 생존이 보장된 현대 사회에서, 사람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기회가 한 번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람은 더 나은 생존을 위해 살아간다.


소시민적인 삶을 꿈꾸고 내가 바라는 이상향의 편린이라도 잡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고 다짐하는 매일이지만, 막상 화려한 세상 것들에 대한 물욕을 지우기는 힘들었다. 표리부동한 나의 모습에 커져가는 괴리와 욕심은 더 큰 기댓값을 원했다. 그리고 그만한 결과를 위한 노력을 하였는가는 물음이 이어졌고, 혼자만의 질타와 자기 비하가 거듭되었다.


나도 잘 안다. 바닥을 기는 감정들과 낙담한 현실의 모습의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서, 하나의 성공적인 결과를 빚어낸다는 것을. 뼈에 새겨진 것만큼 잘 알았기에, 더욱 우울이 커졌나 싶다. 아니 단순히, 누군가 내 상황을 위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정확하겠다.


적재적소의 상황에서 나와 세상빛을 바라본 시간이 비슷한 이가 해주는 잔잔한 위로는, 자연스레 나를 응원해 준 것 같았다.


지금 이렇게 적는 하나의 실패의 점이, 또 어떤 연결점으로 나를 데려갈지는 모르겠다. 더 큰 구덩이와 긴 시간 동안의 암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만큼 기나긴 것들이라면, 결국 완성됐을 때의 성공이라는 그림도 더욱 화려해지지 않을까 한다. 내 밤하늘을 모두 뒤덮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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