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 - 행복을 찾아서
노래에는 다양한 감성이 있다. 모양과 색깔이 비슷하나 똑 닮을 수는 없는, 마치 인간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두 존재가 안내하는 멜로디의 길을 통해 서로 만나게 되면, 그 감성에 몰입할 수 있다. 불변하는, 완성된 그 자체로 완벽한 '노래'와 절대 정해질 수 없는, 항상 변화하는 '사람'은 마주 봄으로써 생동감을 느끼게 된다.
첫 곡을 정하는 데에 고민이 많았다. 플레이리스트에는 밤하늘의 별들처럼, 수많은 이들이 반짝이고 있었기에. 어떤 별로 첫인사를 비춰야 할지 걱정이 따랐다.
눈부신 시간 끝에 선택을 마쳤다. 시작은 노래를 듣는 원초적 궁금증이었다. 왜 우리는 노래를 듣고, 멜로디의 길을 따라가는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종착지의 이름은, 단연 행복이다. 각자만의 취향 차이로 선택된 곡에 우리는 빠져들게 된다. 분위기로 모양이 정해진 곡은, 각자만의 역할이 있다. 기쁘고 신나는 감정을 더 증폭시키고, 여유로운 하루를 더 잔잔하게 만들거나, 슬픔에 위안을 주어 벗어나게 하며, 혹은 더 깊숙한 우울에 빠뜨려 해소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기도 한다. 즐거운 빵집에서 고소한 향에 취해 내 입맛에 따라 고르는 것들처럼, 나를 비춰줄 별들 또한 동일하다. 그러나 그들이 사람을 만나는 근간에는,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행복이라는.
그래서 가장 알맞은 옷을 입은 '리쌍 - 행복을 찾아서.'를 소개드린다. 노래가 시작되면, 피아노 선율이 마음을 다잡는다. 개리의 사연으로 시작하는 가사에는 현실의 어려움에 대한 비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 몸이 망가지고 정신병에 걸려도 명예와 돈, 꿈을 위해서라면 미쳐도 괜찮다는 대단한 열망을 보여준다. 끼니를 거르고 밤을 새 가며 탄생한 잘 나온 작업물에 속이 쓰려도 괜찮다는, 덤덤하게 미친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에 대한 문장 중 하나는, 작정하고 미쳐야 된다고 했던가.
이후 따라오는 훅(HOOK)은 인생의 당연한 지향점을 푸념하는 듯하다. 거친 목소리로 토로하는 길과, 혹시 넘어질까 받쳐주는 조현아의 목소리가 감정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행복을 찾아서 한참을 날았어. 움츠린 모든 게 웃음 질 수 있도록.'
'행복을 찾아서 한참을 날았어. 언젠가 모든 게 빛이 날 수 있도록.'
'때론 모든 것이 다시 처음처럼 사라져 가도.'
'나의 모든 것이 때론 한심하게 보여진대도.'
이 구절들이 너무나도 좋았다. 내 상황과 동일해서. 나만의 행복을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고 인생을 명명하는 나로서는, 짙은 공감과 감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움츠린 모든 게 언젠가 빛이 날 수 있도록, 언제나 갈구하는 목표이지 않겠는가. 이 말이 행복 그 자체이니까 말이다. 내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한다 해도, 행복을 찾는 내 길은 변함이 없을 거라는 다짐 또한. 결국 행복을 명명하는 문장이다.
2절의 가사는 당시 길의 상황과 비교해 걱정하던 어머니의 물음으로 시작된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엄마 앞에선 아직도 어린애라는 가사는 뭉클함이 묻어있다. 고민하는 상황에서 부모님의 행복을 위한 선택에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뒤따른다. '내 부모 맘은 행복해, 그거면 됐지 뭘.' 개리가 원하는 직관적인 행복을 보여주는 가사이다. 이후 새로 사드린 신발에, 아직도 신지 않은. 서로를 아끼는 안타까움을, 똑같은 마음을 지닌 어머니에 대한 걱정을 말하며 행복의 문을 연다.
한 번의 훅이 또 지나가고 인생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인생이란 마라톤.' 가는 길은 달라도 서로 하나로. 부족하게 살아도 채우는 재미에 살고, 시련들이 많아도 견디는 맛을 알고, 한 걸음 더 나아가고. 마치 인생을 달리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듯이 전해진다. 인생사, 다 비슷하지 않겠는가. 결국 종착지는 행복이라는 하나의 장소에서 만날 것이니까.
인생에 대한 핑계를 경계하고, 게임으로 비유하며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충고를 전한다. 그도, 참을 만큼 참고 있다는 눌러 담은 감정이 전해지는 것 같다. 끝에 다다라서는, 인생이 행복했구나 하며 마지막 문을 열 수 있게 말이다.
나는 이 노래를, 하루에 최소 한 번은 듣는다. 일상생활에서 유지할 만한 우울을 나만의 친구로 데리고 살기에. 조금이라도 흐트러질 것 같으면, 방어기제처럼 행복을 찾아서를 틀게 된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듣고 있다. 이 멜로디의 끝은 행복이니까. 잠시 흔들린들 결국 행복으로 안내해 줄 것이라 굳게 믿으며.